[해설]차세대 메모리 EUV로 선점…SK하이닉스 D램 팹 'M16' 준공 의미

SK하이닉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M16 팹 준공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에 있어서도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세계 D램 시장에서 70% 점유율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극자외선(EUV)을 D램에 모두 적용하면서 차세대 메모리 시장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게 됐다.

EUV 기술은 초미세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13.5나노미터(㎚) 파장의 'EUV'라는 빛으로 웨이퍼 위에 초미세 회로를 구현한다.

D램 공정에서 EUV 싱글 패터닝 공정 시 ArF 이머전 공정보다 스텝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 <사진=ASML코리아>
D램 공정에서 EUV 싱글 패터닝 공정 시 ArF 이머전 공정보다 스텝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 <사진=ASML코리아>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이 14분의 1 짧아 까다로운 회로를 비교적 균일하고 반듯하게 찍어낼 수 있다. D램 제조 공정에서는 ArF 광원을 활용한 장비보다 공정 수를 절반 이상 줄여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모든 물질에 흡수되는 EUV 광원만의 독특한 성질과 1500억원을 훌쩍 넘는 노광 장비 가격 등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EUV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경쟁사들이 투자 부담과 불확실한 반도체 시황에 주저하고 있을 때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 결과 가시적 성과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10나노급 3세대(1z) D램에 EUV 기술을 적용한 데 이어, 10나노급 4세대(1a) D램에 EUV 공정을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미래기술연구원 내 EUV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고 관련 기술 전반 연구개발을 시작해, 올 하반기 1a D램에 처음으로 EUV 양산 기술을 도입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열린 2020년도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1a D램에 EUV를 적용한 후 10나노급 5세대(1b) D램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25% 안팎 점유율로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 중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평가된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최근 양사보다 먼저 10나노급 4세대 D램을 발표했지만, 1,2위 회사가 확보한 EUV 공정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마이크론은 2023년 이후 10나노급 7세대 제품에 EUV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사보다 먼저 확보한 차세대 EUV 양산 기술 노하우로 시장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최근 첨단 기술 확보에 힘을 쏟으면서 기술 경쟁력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음에도 EUV D램 개발 및 라인 구축에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으며, 지난해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76단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회사는 또 최근 미래기술연구원 내 'RTC'라는 조직을 설립해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대응하는 등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M16 준공식에서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를 그리던 2년 전 우리가 M16을 짓는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 반도체 업사이클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어려운 시기에 내린 과감한 결단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