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총장, "가지 않은 길 가겠다...MIT 추월 기반 마련할 것"

이광형 KAIST 총장
이광형 KAIST 총장

“30년 전에는 삼성이 지금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방탄소년단(BTS), 봉준호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뜻을 세우고 열정이 있으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세계 일류대학이 될 수 있습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8일 취임 후 첫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앞지를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총장은 “30년 전 삼성 입장에서 소니가 거대한 산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지금 MIT가 KAIST 앞에 서 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 총장은 자신의 'QAIST(큐카이스트) 신문화 전략'을 소개하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갈 때 학교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고보다는 최초, 어떻게(HOW)가 아닌 무엇(WHAT)을 추구해 지난 50년 동안 보여 준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에 보답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장은 도전적인 연구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이 총장은 “이미 성공 가능성이 80%를 넘는 연구에는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구상도 전했다. 이 총장은 “현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포스트 AI'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10~20년 후 AI가 일상화됐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할지 미리 알아서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장은 앞으로 4년 동안 AI 분야 교수 100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8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 중인 이광형 KAIST 총장
8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 중인 이광형 KAIST 총장

이 총장은 본인이 '얼굴마담'으로 나서서 외부의 기부금을 끌어오고, 혁신 원동력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총장은 “총장의 가장 큰 임무는 기부금 유치”라면서 “하루 1억원 유치를 목표로 출근은 절반으로 줄이고 밖에서 뛰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새로운 도전을 수행하면서 실패하는 일이 있어도 관련 평가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작은 성과에 얽매여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지난 50년 동안 해 온 '따라하기'를 버리고 남이 안 하는 것을 하자는 인식 개선은 임기 내인 4년 만에 손쉽게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면서 “임기 후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적극 도전하겠다”고 전했다.

이 총장은 박사후 연구원(포스닥) 육성을 통한 연구 역량 강화, 성적 지상주의 타파, KAIST 국제화 실현, 교내 벤처캐피털(VC) 유치 및 교내외 창업 지원, 대전-세종-오송 트라이앵글 전략에 따른 지역 창업 생태계 구축, 청렴도 회복 등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도 밝혔다.

한편 이 총장은 최근 논란을 빚은 AI대학원 위치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총장은 “공간 부족 때문에 AI대학원을 (서울이나 대전) 어느 한쪽으로 전면 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대전은 이론과 연구 중심, 서울은 산·학 협력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