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유통가 휩쓴 구독경제…정교하고 다양해졌다

[이슈분석]유통가 휩쓴 구독경제…정교하고 다양해졌다

'구독경제' 열풍이 유통가 전역으로 확산됐다. 신문이나 우유 배달로 시작한 구독 서비스는 동영상과 음악 등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된 데 이어 지금은 식료품과 생필품 등 소비 시장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e커머스 기업뿐 아니라 편의점과 백화점, 식품업체까지 충성 고객을 유치하고 안정적 수익 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정기구독 모델을 빠르게 도입하는 추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1000억원으로 54.8% 늘었다. 구독경제는 사용자가 일정액을 내고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는 결제 활동을 말한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과 개인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가 맞물리면서 구독 시장 성장세에 불이 붙었다.

세계적으로도 구독 서비스는 고성장중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5년 4200억달러(약 501조원)에서 지난해 5300억달러(약 632조원)까지 커졌다. 2023년 전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는 가격적 혜택과 더불어 매번 구매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기업은 고객을 묶어두고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 안정적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 방식도 종전 '배송형'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직접 매장으로 이끄는 '수령형'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상 소비와 맞물린 만큼 식음료 업체 구독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업계 처음 과자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를 선보인 롯데제과는 도입 당시 한정판 200개로 시작했던 서비스를 상시 운영으로 전환했다. 롯데제과가 임의로 선정한 과자를 매월 정기적으로 배송 받을 수 있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생수도 대표적 구독 서비스 품목이다. 제주삼다수의 지난해 정기배송 주문량은 26%가량 늘었다. 전통주도 구독으로 즐긴다. 배상면주가는 홈술 트렌드에 착안해 지난해 주류 판매 플랫폼 '혼술닷컴'을 열고 정기구독 상품을 선보였다. 온라인에서 구매 가능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기구독자 수가 매월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과일 구독 서비스
신세계백화점 과일 구독 서비스

CJ푸드빌과 한국야쿠르트는 다양한 샐러드를 주 3~5회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CJ푸드빌의 '더 플레이스'가 지난해 도입한 '더 샐러드 클럽'은 서비스 출범 직후 50일 동안 550여 개의 구독권이 완판됐다. 파리바게뜨는 월간 커피·샐러드·샌드위치 세트 구독 서비스를 직영점에서 가맹점까지 늘렸다. 뚜레쥬르 역시 직영점을 중심으로 시범 도입한 월간 커피 정기 구독 서비스 매출이 30% 이상 증가하며 호응을 얻자 가맹점으로 확대했다.

고객 선점 경쟁이 치열한 e커머스 업계도 구독 서비스로 고객 락인 효과를 노렸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활용한 생필품 정기배송 구독 서비스를 통해 안정된 수익 기반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빠르게 시장 점유율도 확보할 수 있었다. 구독형 커머스 도입에 나선 네이버 역시 쿠팡처럼 정기 구독 구매 서비스를 출시 예정이다.

롯데온 역시 작년 9월 빵을 정기 배송하는 '여섯시오븐'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딸기 식빵, 무화과 오랑쥬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인기를 끈 제품 위주로 한달 기준 주 1회씩 총 4번 배송한다. 위메프는 최근 플로리스트가 직접 큐레이션한 꽃을 정기 배송하는 '꽃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해 이목을 끌었다.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5월 강남점 우수고객(VIP) 대상으로 선보인 과일 구독 서비스는 시행 10개월 만에 신청 고객이 3배 늘었다. 신세계의 과일 정기 구독은 바이어가 직접 선정한 제철 과일을 매주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월 구독료 22만원으로 26만원 상당의 백화점 제철 과일을 매주 문 앞에서 받아볼 수 있다. 신세계는 이달부터 과일 구독 서비스를 본점까지 확대, 대상 고객도 늘리며 구독 경제 시장 수요를 선점할 계획이다.

CU 캔맥주 구독 서비스
CU 캔맥주 구독 서비스

편의점 업계는 배달형이 아닌 수령형 구독 모델로 고객 모객에 나섰다.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하는 만큼 추가 구입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CU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캔맥주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월 구독료 6900원으로 매달 캔맥주 3캔을 CU에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앞서 한 달 내내 상품을 할인 받을 수 있는 구독 쿠폰 서비스도 선보였다. GS25 역시 지난해 5월 론칭한 정기 구독 서비스인 '더팝플러스'의 올해 가입자가 초기 대비 91.7% 늘었다. 이마트24는 본격적 더위를 앞두고 '얼음컵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편의점에서 아이스 음료 연관 구매 상품인 얼음컵을 7일권과 14일권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반응이 뜨겁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독경제는 선결제를 통해 안정된 수익을 거두고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어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유통 기업 입장에서 효과적”이라며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구매 시기와 성향을 분석,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