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물관이 테마파크보다 중요하다

[기자수첩]박물관이 테마파크보다 중요하다

미국 국립 놀이박물관 '더스트롱'(The Strong National Museum of Play)이 지난주 '세계 비디오 게임 명예의전당'에 '마이크로소프트(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스타크래프트' '동물의 숲'을 헌액했다. 상징성·지속성·접근성과 영향력을 고려했다. 지금까지 '슈퍼마리오 브라더즈' '테트리스' '팩맨' '퐁' '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심즈' '툼레이더' '파이널판타지7'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가끔 플레이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게임이다.

스포츠나 음악 등에서 시작한 명예의전당은 개인이나 단체가 사업 목적으로 설립한 것이 시초다. 상업성이 농후하지만 보존하고 이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카이빙 성격이 짙다.

미국·일본·독일·호주는 게임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박물관·미술관·도서관을 통해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공공 형태로 전시한다. 전 세계에 20여 개가 있다. 독일·핀란드·스웨덴에서는 게임을 학술자료로 여기고 국립 도서관이 수집·분류·보존하도록 법제화했다.

아카이브에 남겨진 게임은 당대 게임 역사와 관습 등을 참고할 수 있는 역사 자료 역할을 한다. 게임이 학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자료 서지와 아카이빙은 필수이다.

해외에 비해 국내는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국내 최초의 상용게임 '신검의 전설'이나 최초의 콘솔 '오트론TV스포츠', 매출 또는 기술력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니지' 최초 버전 등을 플레이해 볼 수 있는 박물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서관이나 게임기업 넥슨·넷마블이 아카이빙 구축을 시도하는 정도다.

늦게나마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문화박물관' 건립을 발표했다. 수도권에 1만6500㎡(약 5000평) 부지로 마련한다. 요즘 이 이야기는 시들하다. 장관이 바뀌면서 '게임 테마파크'가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장관의 관심이 집중된 사업에 우선순위가 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화려한 '한국판 디즈니랜드'도 좋지만 산업 면모를 갖춘 국내 게임 역사를 정리하고 유산을 보존하는 작업에 더 큰 무게를 둬야 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