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현대차·기아vs테슬라 '韓 전기차 대전' 승자는?

앞서가는 테슬라, 물량 공세로 '1위 굳히기'
쫓아가는 현대차, 생산 정상화로 추월 시동
참전 앞둔 기아, 내달 첫 전기차 'EV6' 출시

[이슈분석]현대차·기아vs테슬라 '韓 전기차 대전' 승자는?

올해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그룹과 미국 테슬라의 선두 경쟁이 가장 큰 볼거리다. 5월까지 경쟁에서는 테슬라가 현대차그룹에 앞서고 있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현대차의 야심작 '아이오닉5'가 연초부터 이어진 반도체·전동모터 수급난으로 주춤한 사이 테슬라는 '모델3'에 이어 신차 '모델Y'까지 국내에 출시했다. 테슬라가 5월까지 판매한 물량은 약 7000대로 국내 시장 1위 자리를 굳혔다.

이달부터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다음 달에는 기아의 야심작 'EV6'까지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안방에서 반등에 성공, 자존심을 회복할 지 주목된다.

현대차 아이오닉5.
현대차 아이오닉5.

◇테슬라 6775대 vs 현대차·기아 5781대

올해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현대차·기아의 판매 경쟁이 주목되는 가운데 현재 스코어는 테슬라가 앞서 있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1~5월 국내에서 모델3(3391대)와 모델Y(3344대) 등 6775대를 판매했다. 반면에 올해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1429대)과 아이오닉5를 합쳐 3462대, 기아는 니로EV(2292대)와 쏘울EV(127대)를 합쳐 2319대를 팔아 현대차그룹은 모두 5781대를 팔았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4만대 넘는 사전 예약 돌풍에도 양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사이에 테슬라 모델Y는 지난달에만 3000대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한층 더 치열해진 국내 전기차 대전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특히 모델Y는 지난달 수입차 전체 차종에서 판매량 1위에 오르며 하반기까지 돌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통상 미국에서 생산한 물량을 매 분기 첫 달에 한국에 들여오기 때문에 분기 두·세 번째 달에 판매량이 가장 높다. 이 때문에 판매량은 여전히 들쭉날쭉하지만 업계는 이번 달에도 모델Y 인도 물량이 5000대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현재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인 모델3 역시 꾸준한 인기를 보이며 5월까지 3391대를 팔아 국내 승용 전기차 판매량 1위다.

반면에 현대차 아이오닉5는 지난 4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이후 약 2개월 동안 2033대를 팔아 현재 국내 판매량 3위다. 당초 현대차는 하루 약 400대씩 평일 조업과 주말 특근을 통해 아이오닉5 월간 생산량을 8000~1만대로 정하고, 올해 연말까지 2만6000대를 팔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시작된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와 최근 전동모터 생산시설에 차질이 생기면서 월 생산량은 3분의 1수준인 2500~3000대로 떨어졌다. 이 물량으로 국내뿐 아니라 유럽 등에도 보내야하기 때문에 연말까지 2만대 생산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현대차 입장에선 전기차 보조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는 점은 걱정이다. 아이오닉5 예비 차주의 불안감이 커지자 현대차도 전환 출고 등 회유책을 내놓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현대차는 지난 2월 28일 이전 아이오닉5를 계약해 3개월 이상 대기한 고객이 이달 중에 다른 친환경차로 바꿔 출고할 경우 30만∼100만원을 할인해주기로 했다.

테슬라 모델Y.
테슬라 모델Y.

◇하반기 시장 관건은 '대응 물량'

올해 하반기 전기차 시장 우위를 점할 핵심은 생산량이나 국내 배정 물량이다. 일반 자동차라면 성능과 가격·디자인을 가장 우선으로 따지지만 국내 전기차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일반 내연기관차량처럼 수십만대씩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가 아직 드문데다 국가별 전기차 보조금 예산정책에 맞춰 물량을 배정하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

테슬라 모델3.
테슬라 모델3.

올해 우리 정부가 확보한 승용 전기차 보급 물량은 7만5000대 수준이다. 정부는 매년 보급 물량을 정할 때 완성차 업체로부터 국내 배정 물량을 사전에 조사한 후 이를 근거로 다음 해 예산과 정책을 세운다. 이에 국내외 완성차업체가 국내 배정한 물량은 7만5000대 수준이다. 현대차가 약 3만대(아이오닉5 2만6500대, 코나EV 2000대, 제네시스 G80e 1000대), 기아 1만8000대(EV6 1만3000대, 니로EV 5000대), 테슬라 2만~2만3000대 등이 사전 수요 조사에서 계획한 물량이다.

그러나 연초부터 완성차 업계에 불어닥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현대차뿐 아니라 다수 완성차의 생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 구매 예정자 사이에서도 복수 차량을 사전예약해 놓은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 예정자 중 테슬라 '충성 고객'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테슬라 모델Y나 모델3,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에 복수 예약을 걸어놓고 빠른 인도가 이뤄지는 차량을 선택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가장 우려하던 '5월 보릿고개'는 넘은 데다 이달부터 반도체 수급난 여파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현대차 아이오닉5 등 신차 전기차 생산과 출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이달 들어 공장 가동이 정상 운영되고 있어 반도체 품귀 등 추가 변수가 없으면 이달 7000대 이상을 생산하고 7월엔 당초 목표대로 월 1만대 생산도 가능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미 국내에서만 4만3000대 이상이 사전 계약된데다 유럽에서도 사전계약 물량이 완판되는 등 관심이 높아 생산이 정상화되더라도 계약 물량을 소화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아도 다음 달 EV6를 국내 출시하며 국산차 판매 증대에 힘을 보탠다. EV6는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장착한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로, 지난 3월 31일부터 시작한 사전예약에서 40여일 만에 예약 대수가 3만대를 넘었다. 당초 기아가 밝혔던 올해 EV6 생산목표 1만3000대의 두 배 이상 물량이다.

기아 EV6.
기아 EV6.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