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 '웹툰·웹소설'

[기고]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 '웹툰·웹소설'

골프를 즐기는 사람조차도 골프용품 세계 1위 업체 타이틀리스트의 대주주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타이틀리스트는 10년 전인 2011년에 휠라코리아가 미래에셋 사모펀드와 함께 12억25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인수했으며, 지난해 매출이 16억달러(2조원)가 넘을 정도의 압도적 1위 글로벌 골프용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사실 M&A의 최고 성공사례는 구글의 유튜브 인수다. 구글은 지난 2006년 1년밖에 안 된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2조원)에 인수, 지난해 광고 매출은 197억달러(22조원)가 넘고 기업가치는 12년 만에 100배가 뛰어 무려 200조원이 넘는 효자 기업이 됐다. 이처럼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익 극대화에서부터 사업 다각화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준 사례가 많다.

그런데 최근 해외기업 M&A에 주목할 사례가 또 있다. 바로 국내 포털기업 네이버의 왓패드(Wattpad) 인수다. 왓패드는 글로벌 최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북미를 비롯해 유럽과 남미 등지에서 사용자 9400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월 사용자가 7200만명임을 감안할 때 양사 결합으로 인해 월간 순사용자가 1억6000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글로벌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 사업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기업 넷플릭스는 2억1000만명의 세계 최대 가입자를 확보, 올 하반기 국내에 진출할 디즈니플러스 구독자가 최근 1억명 정도인 것과 비교해도 폭발적 잠재력을 지니게 됐다.

현재 웹툰이나 웹소설 같은 원천 지식재산권(IP)는 플랫폼과 콘텐츠 영역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지난 10여년 동안 웹툰으로 제작한 드라마·영화가 계속 흥행에 성공하면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뿐만 아니라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도 웹툰 같은 원천 IP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됐고, 일본 등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에 진출한 국내 웹툰 기업들은 현지에서 이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웹소설 플랫폼과 웹툰 플랫폼 간 결합은 IP를 다른 포맷으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상호 플랫폼 사용자들을 쉽게 유인할 수 있게 돼 원천 IP의 힘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예컨대 왓패드의 웹소설을 웹툰화하면 왓패드 글로벌 독자들이 웹툰을 찾아보고, 반대로 네이버 웹툰 독자들이 웹소설을 다시 찾아서 보는 등 사용성이 극대화돼 두 플랫폼은 원천 IP의 글로벌 공급 주체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결정적인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실제로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툰으로 공개한 지 1개월 만에 웹소설만으로 매출 16억원을 올리는 등 현재까지 누적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웹툰 연재 이후 웹소설의 월간 거래액이 최대 41배, 월간 다운로드 수가 최대 50배까지 상승한 시너지 효과 덕분이다. 이 외에도 '재혼황후' '중증외상센터:골든 아워' 등 많은 웹소설 기반의 웹툰 작품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등 웹소설의 웹툰화가 성공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왓패드 공동창업자 앨런 류가 말한 것처럼 웹툰·웹소설 플랫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창작자들이 활동하는 'IP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IP공장 주인인 네이버웹툰이나 왓패드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같은 영화사 등에 원천 IP를 제공, 이 분야를 주도할 날을 점점 앞당기고 있다. '제2 한류 열풍'이 기대되는 이유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전 한국OTT포럼 회장 dksung@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