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40〉美 지상파의 끊임없는 변신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연일 찜통 같은 무더위 속에서도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경기는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번 대회는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다가 급기야 무관중으로 개최되면서 TV 중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디어 관점에서 보면 TV가 아직도 주요 경기를 중계하는 매체이긴 하지만 스트리밍으로 다양한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 역시 중요한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 아래 거의 모든 국가에서 급성장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열풍은 올림픽과 같은 큰 이벤트 기점으로 TV로부터 모바일 기기로의 미디어 소비 중심축 이동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유료 방송 마지막 보루인 뉴스와 스포츠도 이제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다. 기존 뉴스 채널인 CNN에서 CNN+, 지역 스포츠채널인 RSN(Regional Sports Network)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각각 출시한다고 한다. 특히 프로농구·프로야구나 아이스하키 팬이라면 지역 스포츠채널 RSN을 시청하게 된다. RSN 시청자는 특정 스포츠 팬이라기보다 특정 스포츠팀 팬이다. 이것이 RSN이 존재하는 이유다.

RSN은 원래 폭스(Fox) 소유였지만 2019년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한 뒤 지상파 방송 소유로 바뀌었다. 디즈니가 미국 최대 스포츠채널인 ESPN을 소유한 까닭에 승인 조건으로 RSN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상파 최대 그룹 가운데 하나인 싱클레어가 또 다른 지상파 그룹 트리뷴 인수 실패 이후 RSN을 10조원을 넘게 들여 인수했다.

186개 지역 지상파를 소유한 지상파 그룹 싱클레어는 수년 동안 디지털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해 왔다. 다수의 멀티캐스팅 채널과 지역 프로그램 스트리밍 및 주문형비디오(VoD)를 제공하는 STIRR도 운영하고 있다. 지상파 UHD 방송표준 ATSC3.0 전환에 가장 앞서 투자했다.

싱클레어는 최근 인수한 RSN 채널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를 위해 약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한다. 내년에 자사가 소유한 19개 채널에 대해 월 시청료 23달러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출시될 서비스는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존 케이블TV 결합상품과 지상파 방송을 극적으로 재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스포츠 중계는 수동적이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능동적이고 양방향을 지향하면서 비디오게임처럼 경기 안에서 게임하는 경험을 원한다. 싱클레어 사장은 “내년에 출시할 RSN OTT는 이런 게임화를 반영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단지 경기를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비디오게임과 같은 경험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자에게 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메타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팀 팬들끼리 서로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 주고, 쇼트폼 형식 하이라이트 같은 서로 다른 콘텐츠를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지상파 방송인 싱클레어의 대변신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싱클레어는 지상파 방송사가 아니라 유료방송까지 진입해 OTT를 제공하는 회사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싱클레어 행보를 보면 단지 OTT를 중심으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 열풍에 구색을 맞춰 숟가락 하나 올려놓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사가 보유한 콘텐츠 가치 극대화를 위한 고민과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ATSC3.0 전환 선두에 서 있으면서 멀티캐스팅 채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가장 파괴력이 있는 지역 스포츠채널의 스트리밍화를 통해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뿐만 아니라 앞장서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이런 모습은 국내 지상파 방송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RSN 스트리밍 서비스가 유료방송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가할 파괴자일 수도 있다는 기사 제목이 나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