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메타버스' 산업 발전 대담, "기술·서비스 혁신 생태계 조성해야…법·제도 정비 필요"

메타버스(Metaverse) 열풍은 제페토나 로블록스 등 젊은 세대가 이용하는 서비스에서 확산하고 있다. 시장 초기라 대표 서비스 역시 개인용(B2C)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제공하는 데 머무를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삶의 편의성을 높이고 산업을 혁신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메타버스 근간인 가상융합기술(XR)은 공공, 제조, 의료, 교육, 건설, 국방, 문화, 관광, 콘텐츠를 비롯한 모든 산업군에 적용 가능하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메타버스에 투자하는 것도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 서비스를 발굴하는 게 우리 정부와 산업계 과제로 떠올랐다. 산업 진흥 정책을 통한 생태계 확산은 물론 규제 개선 등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메타버스 산업 전망과 발전 과제는 무엇인지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MOIBA) 회장, 신수정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KoVRA) 회장의 대담을 통해 들어봤다. 두 단체는 지난 7월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연내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설립 준비에 한창이다.

<대담>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회장

△신수정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회장

△사회=이호준 전자신문 ICT융합부 부장

전자신문 창간 39주년 메타버스 대담이 서울 우면동 전자신문 사옥에서 열렸다. 신수정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왼쪽)과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자신문 창간 39주년 메타버스 대담이 서울 우면동 전자신문 사옥에서 열렸다. 신수정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왼쪽)과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회(이호준 전자신문 부장)=지난해 말부터 메타버스가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진(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회장)=XR와 메타버스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XR 기술과 서비스 논의는 꾸준히 있었다. 근래 메타버스가 이슈로 재부상한 이유는 최근 5~10년 사이 진행된 기술·문화·사회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디지털전환(DX)으로 대표되는 기술 환경의 빠른 발전, 현실과 가상공간에 익숙한 MZ세대의 문화적 특성,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요인 등이 메타버스를 주목받게 한 요인이다. 코로나가 촉발한 비대면 문화 확산은 기술의 디지털화와 원격화라는 시장 요구를 피할 수 없었다. 글로벌 기업이 인터넷 다음으로 선점할 수 있는 분야로 메타버스를 선정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신수정(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회장)=비슷한 생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사회 활동 수요가 비대면으로도 가능한 메타버스로 쏠렸다.

인구 3분의 1을 차지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의 부상도 주요 요인이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도 세력이자 모든 상품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놀이터가 바로 메타버스다.

인프라와 기술 발전도 한몫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등장한 지 오래 됐지만 이제야 개화기를 맞았다. 메타버스 구현에 필요한 초저지연 기술인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와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기술이 상용화됐고 메타버스 구현 기술 또한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회=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라는 말 외에 구체적 정의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메타버스의 정의는 무엇이며 어디까지 메타버스에 포함돼야 한다고 보는가.

◇신수정=내부적으로 많은 고민과 토의를 거쳐 메타버스를 '현실과 가상의 세상을 디지털화해 그 안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이라고 정의했다. 현실은 기술 발달로 점차 디지털화되면서 가상화되고, 가상세계는 현실을 복제하면서 현실세계와 융합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범위는 협의와 광의로 나눌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경제, 사회 활동을 하는 것은 협의의 메타버스다. 광의의 메타버스는 XR 실감미디어 관점에서 VR·AR 등 기술과 서비스를 모두 포함한다.

현 시점에서 메타버스를 특정 분야나 산업으로 정의해 제한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산업군에서 바라보는 시각에서 메타버스를 함께 이야기하고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고진=메타버스를 광의로 해석하면 현실세계를 넘어서는 디지털로 이뤄진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현실세계에 1대1로 대응하는 디지털트윈, 우리가 많이 경험해 온 게임 속 가상세계도 메타버스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가상세계와 현실이 섞여 있는 혼합현실(MR)도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있는 물리적 세계를 넘어서는 다차원 디지털 세계를 모두 메타버스라 부를 수 있다.

협의 측면에서는 물리적 세계의 일부(인격주체, 객체)가 가상세계 속에서 존재하고 활동하는 세상, 즉 비대면 콘서트나 팬미팅에 참여하는 등 지금 우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이 메타버스일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회=메타버스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경험을 가능하게 해 새로운 혁신을 구현할 기술로 주목받는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메타버스가 우리 경제·사회에 가져다줄 효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고진=코로나 위기에서 비대면 활동을 지원하는 메타버스가 각광을 받게 된 것처럼 메타버스산업 발전은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신종 감염병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사회·문화·경제 활동을 지켜낼 것이다. 또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해 탄소배출 절감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기존 사회·경제 활동에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고, 이는 상당한 수준의 탄소배출 절감효과를 가져온다.

경제 관점에서 보면 기업 활동에서 원격회의와 재택근무 확산, 공장 생산과정에서의 원격 점검과 원격 생산관리 일상화, 소비 활동에서 XR 기반 온라인 쇼핑 증가 등이 예상된다. XR 기술 활용과 3차원(3D) 기반 가상플랫폼을 매개로 현실의 사회·문화·경제 활동이 가상융합공간으로 확장돼 새로운 경험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신수정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
신수정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

◇신수정=메타버스는 타 산업과 융합을 통해 거대한 신사업을 촉발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XR 디바이스와 요소기술, 제작플랫폼과 결합해 이미 생산성 혁신의 핵심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물류 분야에서는 DHL이 물류창고 관리에 AR 글라스를 도입해 제품 위치, 주문량, 수하물 장소 등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공해 물품 운송 효율을 25% 향상했다. 제조 분야에서 BMW는 엔비디아 가상협업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를 도입, 생산 프로세스 30% 개선 효과를 기대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메타버스를 통해 경제 영토 확장, 탄소 중립과 포용사회 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물리 제약 없이 경제영토를 무한히 확장해 새로운 먹거리를 개척하고 디지털 기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 제약이 없어 인적·물적 이동을 최소화해 오염이나 공해를 감소시켜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국내 메타버스 산업은 어느 수준까지 와 있으며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우리 기업의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는 무엇인가.

◇고진=콘텐츠 산업 경쟁력은 우리 기업 강점이다. 온라인 게임, K-팝 경쟁력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영화, 드라마, 웹툰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반면에 메타버스 플랫폼 중심으로 전반적인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아 열악한 상황이다. 우리 기업 자금력과 핵심기술이 글로벌 선도기업 대비 부족한 실정이다.

기회요인으로는 5G 상용화 등 세계 최고 수준 초고속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혁신 서비스를 시도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는 점이다. 2000년대 ICT 강국으로 발돋움한 경험, 즉 건강한 C-P-N-D(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생태계를 조성한 경험을 활용해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도 성공 기회가 있다.

우리 기업들이 메타버스 산업에서 빛을 발하려면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기술표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민관이 힘을 합치면 얼마든지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신수정=국내 기업의 강점은 세계 최고 ICT 인프라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보유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5G 통신 네트워크,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등 가상세계 구현 시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병목현상 없이 전송할 수 있는 ICT 기반시설을 보유했다. 또 뛰어난 XR 기술과 흥행력 있는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영화, 게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디바이스와 서비스 플랫폼에 있어서는 글로벌 선도 사업자 대비 경쟁력이 약한 편이다. 디바이스의 경우 페이스북(오큘러스 퀘스트2), 마이크로소프트(홀로렌즈2) 등 해외 기업이 기기 개발을 선점했다. 플랫폼에서는 메타버스 혁명을 주도하고 다양한 산업분야를 수용할 수 있는 경쟁력이 미약한 상황이다. 메타버스 산업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 대부분이 해외 기업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위기 요인이다.

하지만 기회는 분명 있다. 메타버스 산업은 아직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선도 국가가 돼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2.0에서 디지털 뉴딜의 핵심 과제로 메타버스를 포함해 2조6000원을 신규 투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지원은 정체기에 있던 XR 시장을 다시금 활성화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사회=우리 정부가 내놓은 메타버스 관련 정책의 긍정 부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신수정=메타버스와 관련된 지원정책과 사업으로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가상공간으로 확장 할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가상공간 속에 다양한 인프라와 상호작용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XR 기업 지원, 이를 통한 XR 산업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공고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소기업 대상 단발성 지원사업, 대기업과의 단순 매칭 사업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선순환하며 상생하는 동반성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메타버스 산업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필요한 일이다.

정부가 과제를 발굴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 지원하는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 같은 정책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고진=정부는 지난해 말 가상융합경제 전략 추진에 대한 큰 그림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민관 협력 우수 사례로 메타버스 산업 발전 협력체계인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을 지원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는 초기 단계부터 수요-공급자 협력을 통한 C-P-N-D 협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는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활동한다. 출범 당시 17개 주요 기업, 기관이 참여했는데 8월 말 현재 참여기업이 370개를 넘어설 정도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사회=메타버스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아 개선해야 할 규제, 또 앞으로 도입해야 할 제도는 무엇인가.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장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장

◇고진=메타버스 개념이나 플랫폼 정의 그리고 그 경계 등이 모호하다. 정책과 제도 수립뿐 아니라 소관 부처를 정하는 단계부터 혼선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정부 차원의 논의가 먼저 시작돼야 제도를 체계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제페토 등 다수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임과 소셜미디어 간 구분이 모호해 규제와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불법 성인물이나 아바타 간 성폭력 등 논란도 이미 해외에서 지적된 만큼 이 같은 콘텐츠가 메타버스에서 무분별하게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경제활동과 이에 따른 조세 포탈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돼 대책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속도가 빨라질수록 여러 부작용 등이 드러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자리 감소나 전환 등 사회적으로 함께 논의할 사안이 많다. 이를 대비할 제도가 필요한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봐야 한다.

◇신수정=산업 활성화를 막는 규제 중 시급히 논의할 내용 중 하나가 정부 사업 참여 제약 관련 사항이다. 정부 사업 중 총 사업비 대비 중소기업은 20%, 대기업은 50% 내외 민간부담금을 요구하는데 과제금액이 클 경우 민간부담 비용도 비례 증가해 기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부담 중 현금부담은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메타버스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자부담 비율 축소와 현금 대신 현물매칭으로 전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법·제도 측면에서는 가상세계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한 판단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이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시공간 한계가 없기에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이 변형된 형태로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물리적 실제 공간에 적용되는 법·제도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정합성이 떨어진다.

가상세계 재화 소유권 인정, 저작권 침해 기준도 수립해야 한다. 메타버스 내에서 아이템 혹은 창작품과 같은 가상 재화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주고, 플랫폼이 종료될 때는 메타버스 운영사가 해당 자산 가치를 이용자에 보존해주는 것과 같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현재 메타버스 산업과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콘텐츠 관련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 부처로 정책을 운영한다. 산재된 정책 기능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신수정=산업은 점차 다양한 영역과 융합을 기반으로 진화하는데 법과 제도 혹은 지원 기관은 개별 영역만을 담당하기에 발생하는 이슈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자들의 애로사항과 요구사항을 취합하고, 부처 간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활발한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XR 산업은 물론 향후 메타버스로 확장될 산업 등을 포괄 지원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가상융합산업 관련 모법을 제정하고 이를 통해 산업을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음달 창립 예정인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협회가 메타버스 산업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진=메타버스는 게임, 한류 콘텐츠, 공연·전시 등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많이 활용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관련 기술 발전과 서비스 혁신이 병행돼야 활성화될 수 있다. 교육, 의료, 금융, 유통, 디자인, 제조 등 산업 분야에서도 메타버스 기술과 융합이 확산돼야 새로운 혁신과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진다.

메타버스 관련 영역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어느 한 부처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 간 협업과 조율이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메타버스가 실질적 경제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사회=VR방, VR테마파크 등 4~5년 전 유행 속에 사업을 시작했던 중소사업자 중에는 폐업한 곳이 많다. VR 솔루션 개발사들 역시 소규모로 아직은 영세한 곳이 많은 실정이다. VR, AR 관련 서비스 사업자나 개발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신수정=VR 시장이 예상보다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킬러 콘텐츠 부족과 VR 디바이스의 보급 및 활용성의 한계 때문이다. 이후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VR방이나 VR테마파크는 큰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메타버스 산업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메타버스 환경에서 VR·AR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플랫폼, 콘텐츠,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PC, 모바일, VR, AR 등 다양한 디바이스 환경에서 문제없이 접속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이 요구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

개별 사업자가 독자 기술, 플랫폼을 바라보기보다는 시장을 키워 갈 수 있도록 협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메타버스 사업 사례를 찾아보고 업계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느낀 점은 메타버스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XR 기술도 중요하지만 플랫폼도 필요하다. 플랫폼 안에 담을 콘텐츠와 데이터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메타버스 서비스를 만들어도 이를 사용자에게 전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없으면 소용없다.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 지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바이스도 개발해야 한다. 완성도 높은 메타버스 서비스가 적합한 사업기회와 연계돼야 한다. 업계 여러 분야 사업자와 협업 구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창간특집]'메타버스' 산업 발전 대담, "기술·서비스 혁신 생태계 조성해야…법·제도 정비 필요"

◇사회=메타버스산업협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협회 설립의 필요성과 향후 협회 역할, 활동과 운영 계획 등을 소개해달라.

◇고진=지난 5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출범할 때는 전담협회가 없었다. 협회가 출범하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메타버스산업협회는 기업·기관 간 협업과 다양한 프로젝트 공동 발굴·기획 등에 있어 민간 기업 수요와 현장 요구를 반영하고,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와 연계해 민관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국내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힘쓸 계획이다.

사업 관련 규제와 경영 애로사항 등 민간 의견수렴을 통해 규제 개선, 대정부 정책 건의 등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또한 C-P-N-D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사업화를 추진함으로써 실질 협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신수정=메타버스산업협회는 국내 기업이 혁신 플랫폼 주도권을 쥐고 국내 시장 확장과 해외 진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민간의 주도적 역할과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협회가 민간의 혁신 활동과 정부의 정책 지원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수행해 우리 경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메타버스산업협회는 10월에 창립총회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정관(안)제정, 발기인 모집 등 준비 단계에 있다. 올해 연말까지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와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양 기관 해산 등에 관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공식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산업에 관심 있는 많은 기업의 참여를 바란다.

◇사회=정부와 국회, 산업계 등에 메티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신수정=존 리치텔로 유니티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는 다양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공간 속에서 다양한 사람이 방문해 살아가는 일종의 소우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메타버스는 정부와 산업계, 정책과 기술, 생산과 소비 등이 서로 선순환 발전하는 또 하나의 우주다. 우리는 이러한 또 하나의 우주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먹거리를 개척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재의 법·제도와 메타버스 산업이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정부, 국회, 산업계가 지속 검토하고, 메타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진흥법 등을 제정해 안정되고 체계적인 환경에서 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제도 뒷받침이 필요하다.

기반구축, 규제개선 등 정부 역할과 기술개발 및 판로개척 등 민간 역할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글로벌을 선도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고진=의료 분야의 경우 VR·AR 기반 (융복합) 의료기기 품목 자체가 없어 새롭게 별도 의료기기 품목을 신설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통 분야는 도로교통법상 영상표시장치 유형으로 정착형과 거치형만 열거돼 AR 글라스를 도입하려면 영샹표시장치 범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반 기술과 서비스 혁신 환경이 함께 조성돼야 한다. 규제 개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법·제도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기존 산업구조에서 새로운 메타버스 기술의 시범 적용 또는 실증을 이끌어 낼 법·제도 지원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정부와 국회는 법·제도 정비에 있어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약력]

◇신수정 회장은

1990년 한국HP에 입사한 이후 삼성SDS 책임컨설턴트, SK인포섹 임원과 대표를 거쳐 2014년 정보보안단장으로 KT에 합류했다. 2016년 IT기획실장(CIO), 2019년 IT부문장을 역임했고 2020년부터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정보보호관리체계 심사원, 국가정보원 정보보안관리실태 평가위원회 위원, 국가정보화포럼 위원,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했다.

2008년 아시아태평양정보보안 지도자상, 2008년 방통위원장 표장, 2010년 통일부장관 표창을 받았고 2013년에는 국내 정보보안업계 최초로 제2회 정보보호의 날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고진 회장은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바로비젼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맡았다. 2011년부터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정보통신 활성화 추진 실무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심의회 ICT·융합전문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신성장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14년부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회 사단법인 혁신경제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1998년 신소프트웨어상품대상 우수상과 정보통신부 장관상, 2007년 대한민국 멀티미디어기술대상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장상, 2015년 제60회 정보통신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