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소기업과 ESG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언론에서만 보는 먼 이야기일 뿐 아직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한 중소가전업체 사장은 기업의 ESG 준비 상황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ESG 경영이 무엇인지는 익히 알고 있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ESG 경영 열풍이 불어닥쳤지만 중소기업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ESG 대응 수준은 10점 만점에 4점이다. 대기업, 중견기업보다 한참 낮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은 일찌감치 ESG 관련 내부위원회를 꾸려서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여력이 없다고 토로한다. 코로나19 방어에 총력을 쏟는 데다 원자재 가격, 물류비 상승 등 몰아치는 변수를 막느라 정신이 없다.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사정이 대부분 비슷하다.

손 놓고 있으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ESG 경영은 하루아침에 이루기가 어렵다. 이제 국내외 시장에서 ESG 경영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은행 대출, 수출, 소비자 마케팅 등 사업 전반에서 ESG 수준이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해외 거래를 준비하고 있는 중소기업이거나 대기업 협력사일수록 ESG는 선택 아닌 필수다. ESG는 강요가 아니라 강한 권고 수준이지만 어느 순간 법적 규제로 바뀔지 모른다. ESG 경영을 미리 준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보와 ESG 매뉴얼 부족이라는 한계도 있다. 정부나 관련 협회·단체 차원에서 ESG 경영에 대한 매뉴얼과 정보 등을 적극 지원할 필요성도 있다. 이제 중소기업도 ESG에 응할 때다. 내외부 전문가를 뽑아 기업 전반에 걸친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급선무다. 가장 시급한 개선점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ESG 경영의 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 중소기업도 ESG 경영을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 가치를 위한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