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저작권의 난해함

[콘텐츠칼럼]저작권의 난해함

영상물 시장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을 케이블TV가 대신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인터넷(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난장(亂場)이 됐다.

플랫폼 변화와 함께 저작권 상황도 복잡해졌다. 방송사들은 지난 2014년 법인을 공동 설립해 '조각 영상'(video clip)의 OTT 영업으로 광고 수익을 얻고 있다. TV 연기자들은 이들 조각 영상에 대한 자신들의 기여분을 어떻게 계산할지 고민에 빠졌다. 짧게 노출된 실연의 임팩트를 종전의 전송사용료로 처리하기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는 OTT 매출의 1.5%를 시작으로 연차적으로 1.999%까지 음악사용료를 올리겠다고 했다. OTT 업계의 강한 반발에서 권리자와 이용자 간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 주제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음악 창작자들이 CGV를 상대로 저작권료를 요구한 사건도 있었다. CGV는 영화 제작자들이 이미 음악저작권 이용료를 계산했는데 새삼 무슨 저작권 타령이냐고 화를 냈다. 영화 제작자에게는 '복제권'을 허락했지만 상영관에는 '공개상영권' 허락을 한 바 없다고 맞섰다.

2016년 대법원은 CGV의 손을 들어줬다. 주제곡이나 배경음악을 변형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음악의 영상화'이고, 음악 창작자의 영화 제작자에 대한 '영상화' 허락에는 상영관의 '공개상영' 허락도 포함된다고 했다.

저작권법 제99조의 '저작물의 영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를 예상한 규정이다. 소설 작가가 '영상화'를 허락하면 제작된 영화의 공개 상영도 허락됐다고 봐야 영화산업이 굴러간다. 지극히 예외적으로 '음악의 영상화'가 있을 수는 있다. 2020년 5월 밤베르크 교향악단은 '희망의 모습, 코로나에 대한 심포니의 응답'(Reflections of Hope. A Symphonic Answer to the Corona pandemic)을 발표했다.

단원 86명이 각자의 연주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 사이사이에 의료진의 노력, 신문기사, 문 닫힌 공연장 이미지를 삽입했다. 이렇게 편집해서 새로운 영상물을 만들었으니 '음악의 영상화'라 할 만하다. 주제곡이나 배경음악으로 변형 없이 사용하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영화 제작 과정은 '제작 전 단계'(pre-production), '제작 단계'(production) '제작 후 단계'(post production)로 나뉜다.

'저작물의 영상화'는 '제작 전 단계'의 저작권 확보 업무 영역과 관련되고, 주제곡과 배경음악을 선정하고 음악을 영상에 입히는 작업은 '제작 후 단계' 업무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여러모로 현실과 엇나갔다.

영화에 대해서는 극장 상영 전에 저작권 처리를 먼저 하지만 방송물 시장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프로그램 방송 후 저작권사용료를 일괄 계산해 왔다. 음악저작권단체는 외국 음악저작권단체와 상호관리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그래도 방송 프로그램에 사용된 모든 곡이 포섭되는 것은 아니다.

방송에서 이용한 음악 가운데에는 저작권이 소멸한 음악도 있다. 이 때문에 20년 전부터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방송사와 관계에서 '관리비율 97%'라는 도구를 고안해 적용해 왔다. 전체 저작권사용료를 계산한 후 그 합산액에서 3%를 할인하는 방식이다. 정확한 통계에 기초하지 않았으니 적정성이 말썽이다.

2014년 '함께하는 음악저작인협회'가 출범함으로써 '관리비율 97%'를 계속 적용하기는 더욱 어색하게 됐다. 그렇다면 '관리비율'이라는 임의의 도구를 버리고 두 단체의 '신탁비율'을 전제로 실제 방송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각 음악저작권단체의 저작물 방송시간을 두 단체의 저작물 방송시간의 합으로 나누는 방식, 그것이 우리보다 저작권 관리를 선도적으로 하고 있는 일본이 취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khong@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