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가속기, 'GeV급 업그레이드로 첨단·우주산업 활용 대비해야'

연구계 '설비 업그레이드' 한목소리
파쇄중성자원 생산해 신약 개발 돕고
우주용 부품 신뢰성 확인에 필수 역할
주요 선진국 이미 GeV급 가속기 확보

경주에 위치한 100MeV 양성자 가속기. 이를 1GeV급으로 업그레이드 해 우주 및 첨단 산업 활용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경주에 위치한 100MeV 양성자 가속기. 이를 1GeV급으로 업그레이드 해 우주 및 첨단 산업 활용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양성자가속기를 고에너지로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이 시급성을 더하고 있다. 경주 소재 양성자가속기를 첨단·우주 분야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현행 100메가일렉트론볼트(MeV) 설비를 기가일렉트론볼트(GeV)급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성자가속기는 이름처럼 양성자를 가속하는 장치다. 가속된 양성자가 물질에 부딪힐 때 생기는 갖가지 작용을 이용한다. 분자나 원자를 떼어 내거나 물질 특성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 전자 및 자동차, 의료,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 소재 개발에 쓸 수 있다.

연구계에 따르면 이런 양성자가속기는 꾸준히 설비 업그레이드 논의 대상이 돼 왔다. 운영 주체인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용자 그룹이 논의에 불을 지폈고 현재 200MeV 업그레이드가 추진돼 왔다. 문제는 200MeV로는 첨단·우주 분야 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GeV급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적지 않다. 첨단 분야를 먼저 보면 GeV급 양성자가속기는 '파쇄중성자원'을 만들어낼 수 있다. 파쇄중성자원은 가속한 양성자를 텅스텐 등에 충돌시키는 방법으로 원자핵을 깨뜨렸을 때 생성되는 중성자다. 나노미터(㎚) 이하 극미세 물질 분석에 필수다. 단백질 구조 분석 정확도도 대폭 높일 수 있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 개발에 중요 역할을 한다.

양성자-물질의 반응현상과 활용분야
양성자-물질의 반응현상과 활용분야

우주 분야에도 쓰인다. 우주용 부품은 우주방사선 영향을 받아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심하면 타버린다. 500MeV급 양성자 빔이 우주방사선 주를 이룬다. 6G 이동통신에 위성이 다수 활용되는 가운데 고에너지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한 관련 부품 신뢰성 확인이 필수다. 이들 때문에 미국(1GeV), 일본(3GeV), 중국(1.6GeV) 등 선진국은 이미 GeV급 가속기를 갖추고 있다.

연구계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200MeV 대신 GeV급 업그레이드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비타당성 조사, 실제 업그레이드 수행 기간을 따지면 10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데 그 시점에 200MeV 가속기는 전혀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노승정 한국가속기 및 플라즈마 연구협회장(단국대 교수)는 “양성자가속기는 20년 전 첫 제안 당시에도 GeV급 조성 필요성이 제기됐던 것으로 아직도 200MeV 얘기가 나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GeV급에서 실현 가능한 '중성자 과학'을 이용해 새로운 세계 과학경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무현 포항공대 명예교수(전 포항가속기 연구소장)도 “국내 이용자들, 업계가 국내에서도 해외와 같은 중성자 과학 발달이 이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는 첨단 분야 테스트를 위해 해외로 향하는데 대기가 많고 이용료도 급상승 중이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