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화그룹, M&A 승부수 띄웠다

김승연 회장 취임 후 14차례 M&A 성공
친환경 에너지·항공우주 등 활발한 행보
인수 후 조직 안정화·시너지 극대화 집중
김동관 사장,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 한화그룹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 한화그룹 제공]

'인수합병(M&A)의 강자' 한화그룹이 다시 M&A로 100년 기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항공우주·모빌리티·친환경에너지·스마트 방산·디지털 금융솔루션 등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M&A 승부수를 띄웠다. 외부 영입 인재까지 포용하는 특유 조직 문화와 김승연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으로 이어지는 오너가의 승부사 기질이 성과로 이어질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이슈분석] 한화그룹, M&A 승부수 띄웠다

◇'M&A=한화그룹' 공격적 행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주사인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투자증권,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상장사 7곳,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비상장사 74곳 등 한화그룹 계열사 81곳 총 자산은 약 217조원에 이른다. 40년 전 총 자산이 7548억원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288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1000억원에서 65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한화그룹이 자산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공격적 M&A에 기인한다. 실제 김승연 회장이 취임한 1981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주요 M&A가 단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M&A는 한화그룹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이 기간 한화그룹은 화약 제조에서 석유화학, 금융, 레저, 유통을 거쳐 항공우주,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스마트 방산, 디지털 금융솔루션 등 미래 사업까지 확장했다.

최근 한화그룹 M&A는 태양광·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우주, 스마트방산 등에 집중됐다.

한화종합화학은 올해 7월 수소 혼소발전 기술을 보유한 미국 PSM과 네덜란드 토마슨 에너지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보다 앞서 작년 말 한화솔루션은 미국 수소탱크 업체 시마론을 인수했다.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본격화한 것이다.

또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을 통해 태양광 사업을 강화했다. 작년 7월 미국 에너지소프트웨어 기업 젤리를 인수했다. 기존 한화솔루션이 영위하던 태양광 모듈 제조·판매를 넘어 모듈에 에너지저장장치시스템을 결합한 태양광 전력 패키지를 제공, 고객과 통합 전력거래 계약을 맺는 사업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M&A 행보 가운데는 항공우주 사업이 가장 눈에 띈다. 한화그룹 항공·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초 인공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인수했다. 쎄트렉아이는 인공위성 본체와 지상 시스템, 전자광학 탑재체 등 핵심 구성품 개발 및 제조 기술력을 보유했다.

또 방산전자 핵심기술을 보유한 한화시스템은 올해 3월 미국 도심항공교통(UAM) 기업 지분 30%를 약 300억원에 사들였고, 영국 위성 안테나 기업 페이지솔루션, 미국 휴대형 안테나 기술 기업 카이메타 지분도 잇달아 매입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영국 우주기업 원웹에 3억달러(약 3450억원)을 투자했다. 원웹은 전 세계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초 저궤도 위성 운영업체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발사체와 위성체, 지상체, 위성서비스까지 항공우주 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한화그룹 한 관계자는 “추진 중인 항공우주 사업의 경우 중장기 성장 계획이기 때문에 당장 돈이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잇단 투자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성공적 M&A 배경과 전망은

한화그룹이 공격적 M&A를 시도해 성공한 데는 오너가의 투자 DNA가 자리잡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평소 '철새론'과 '프로펠러론'을 강조해 왔다. '글로벌 시대에는 텃새보다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워야 한다' '잘 만든 배도 프로펠러가 부실하면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없는 만큼, 피인수기업의 강력한 프로펠러가 돼야 한다' 등이 골자다.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하되, 합병 이후 융합을 간과하지 말라는 의미다.

실제 김 회장은 M&A 전후 조직과 경영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했다.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이 대표 사례다. 그는 2002년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면서도 당시 인수한 대한생명에서 2년간 무보수 대표이사를 지냈다. 통합 작업을 위해서다. 누적 결손금만 3조원이던 대한생명은 현재 자산 규모를 127조원까지 불렸다. 특유 융합 조직 문화는 외부 영입한 인재에도 마찬가지 적용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신용과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 중심 경영은 M&A 이후 빠르게 조직을 안정화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원동력이 됐다”면서 “'성공적 M&A'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한화그룹 DNA는 김승연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겸 ㈜한화 전략부문장이 이어받았다. 최근 한화그룹 M&A에는 전부 김 사장이 관여,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한화그룹 항공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까지 총괄하는 등 향후 미래 사업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사장은 외부 인재 영입도 적극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임원 32명을 신규 선임했다. 이 가운데 16명이 외부 영입으로 채워졌다. 삼성전자, 삼성SDI 등 삼성그룹 출신만 7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 6일에는 한화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부사장으로 승진한 3명 전부 김 사장이 직접 영입했다.

김동관 사장은 한화솔루션 사업 재편을 가속하고 있다.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부품인 파인메탈마스크(FMM) 기술 보유 업체 더블유오에스를 6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삼성전자 와이파이 모듈 사업 부문 인수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다. 향후 첨단소재 분야 등을 중심으로 추가 M&A가 전망된다.

한화솔루션 한 내부 관계자는 “김동관 사장 직할인 전략부문실이 M&A 매물을 전부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기존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내거나 신사업으로 육성 가능한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