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후변화 대응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안지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광물화사업단장
안지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광물화사업단장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는 이산화탄소 감축·활용 대표 기술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탄소광물화 관련 기술이 전 세계에 소개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간 기술 협력을 위한 UNFCCC의 한국 대표 창구(NDE; National Designated Entity)로 지정돼 전 세계 국가와 기후기술 협력연구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비전과 계획을 선언, 한국은 이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야심 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탄소중립과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급변하는 글로벌 변화를 대표할 수 있는 단어는 '기후변화'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목표는 탄소중립 2050 실현에 있지만 달성을 위한 과정은 우리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미국의 파리협정 복귀작인 탄소국경세와 유럽연합(EU)에서 도입한 플라스틱세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미국과 EU에 방점을 두고 탄소중립 정책의 세세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과학자로서 현재 위기는 이산화탄소 분야의 틈새시장 공략이라는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에 특화된 토종 기술과 저탄소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또 검증된 기술에 대한 선택과 지원 및 연계기술에 대한 이어달기기 연구 등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융합기술이 더욱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질연은 유해성 있는 무기폐기물 재활용이 저해되는 문제점을 이산화탄소라는 매개체를 활용한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중금속 등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원천기술은 순환자원 재활용을 위한 '탄소광물화플래그십사업'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로서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성을 고려한 다양한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기술은 세계 최초로 실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특히 2020년 10월 국내 기술로는 처음으로 이산화탄소 감축 원천기술인 차수성 시멘트 생산 실증 기술이 온실가스 감축 신규방법론인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로 승인됐다. 이 기술은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산업부산물 등으로 일부 대체해서 원가를 절감하는 한편 일반 시멘트 생산 공정 대체 시 톤당 약 0.281톤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저감할 수 있는 차세대 기후변화 대응 핵심 기술이다. 우리 국내 기술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사례이자 기술 수출의 길이 열렸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지질연은 복합 탄산염과 차수성 시멘트를 폐광산 채움재 등으로 적용한 후속 신규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은 새로운 성장 동력일 뿐만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차수성 시멘트 생산 실증 기술에서 볼 수 있듯이 온실가스 감축 세계 신규기술 표준을 선점해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기후변화대응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는 물론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하기도 한다. 탄소중립이라는 명분과 이산화탄소 증가율 1위라는 한국의 불명예 기록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현실을 바로 보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눈앞에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세계의 굴뚝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새겨진 기후기술 리더 국가가 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검토와 지원이 시급할 때다. 그동안 기후변화 선진국들이 독점해 오던 온실가스 저감 산업 분야에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신규방법론이 개발·채택되면서 이제는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의 세계적 표준이 됐다. 기후변화 대응에 뒤늦게 뛰어들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틈새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의 토종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기후변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지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광물화사업단장 ahnjw@kiga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