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벤처 육성 법안 놓고 정부부처 '신경전'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 중인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 법안'이 부처 신경전으로 제동이 걸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대면 산업 관련 컨트롤타워로 지정하는 법안이 발의되며 차기 정부 거버넌스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올 하반기 대표 발의한 '비대면산업 성장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비대면산업법)'을 두고 유관 부처에서 반대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 산업법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비대면 산업에 대한 정책을 과기정통부 장관이 관장하도록 규정했다. 비대면 기반 구축과 연구개발사업 추진 등을 디지털 전환 정책 주무장관인 과기정통부가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법안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중기부를 중심으로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비대면기업법)'과 중복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비대면기업법은 중기부를 중심으로 비대면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벤처·창업기업에 체계적 지원을 수행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미 공청회까지 마치고 부처 간 조율이 끝난 법을 두고 다른 법안이 발의돼 곤란한 상황”이라면서 “지금도 1년이 넘게 제정이 늦어진 상황이어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비대면기업법은 지난해 발의 당시에도 부처 간 이견으로 인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비대면 비즈니스가 전방위에 걸쳐 있는 만큼 과기정통부뿐만 아니라 산업부, 문화부, 교육부 등 각 부처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서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통신, SW 등 연관 산업 분야 법령과 중복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법 제정을 반대했다.

이번에 발의된 비대면산업법으로 갈등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중기부뿐만 아니라 교육부도 비대면산업법에 담긴 내용이 이미 정보통신융합법, 지능정보화기본법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법률 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업계도 반발한다. 비대면산업법이 비대면기술 품질인증 기준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기업협회에서는 품질인증 제도가 비대면기술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사실상 인증을 강제하는 규제가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비대면 관련 법 국회 통과는 더욱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기업법은 여당이, 비대면산업법은 야당이 대표발의한 만큼 국회 내부에서도 협의가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특히 대선 정국이 다가오면서 정부 거버넌스 재편에 대한 논의와 맞물려 여야간 의견 대립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국회 관계자는 “설령 여야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병합 심의 등의 실무 절차가 필요한 만큼 빠른 제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그간 쟁점 법안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법안까지도 대선 정국 안팎으로 덩달아 늦춰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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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기업법과 비대면산업법 주요 내용>

비대면 벤처 육성 법안 놓고 정부부처 '신경전'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