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꼭"…"이건 영"…마블 '베스트·워스트' 포인트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2021년 개봉작.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2021년 개봉작.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 본 기사는 MCU 2021년 개봉작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21년은 ‘마블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느 때보다 많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작품이 개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마블 기근’이었던 2020년과는 대조되는 한해였다. ‘블랙위도우’를 시작으로 2021년 최고 흥행작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까지 영화만 4편이 개봉했으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까지 국내 정식 론칭해 총 9개 작품이 국내 팬들을 찾아왔다.

2021년 MCU 작품 중 베스트와 워스트는 무엇일까? 주관적인 재미를 기준으로 선정한 베스트 작품은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드라마 ‘완다비전’, 워스트는 영화 ‘이터널스’와 드라마 ‘로키’다.

◇영화 베스트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워스트는 ‘이터널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누적 관객 수 536만이라는 흥행 성적으로도 증명이 되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트릴로지의 대미를 제대로 장식한 영화다. 미국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지수가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지만 마블 영화에 한해서는 신선도지수와 재미가 얼추 비례한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신선도지수는 역대 마블 2위인 94% 다.

이번 영화는 스파이더맨 전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를 MCU 식으로 보여줬다. 강력한 힘을 가졌음에도 ‘친절한 이웃’이라는 포지션을 유지하는 피터 파커의 선한 마음 또한 인상적이다.

전 시리즈를 아우르는 등장인물로 소니픽쳐스 스파이더맨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홈 시리즈만을 본 팬들에게는 새로움을 선사했다. 각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2007년(스파이더맨3)과 2014년(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막을 내려서 그런지 너무 우려먹어 지겹다기보다는 반갑게 느껴졌다.

다음 마블 영화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위한 발판 역할도 훌륭히 수행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2편 속 멀티버스가 왜 ‘대혼돈’ 상태인지를 잘 설명했다.

영화 ‘이터널스’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영화 ‘이터널스’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등장과 동시에 퇴장해버린 이터널. 영화 초반 지구를 관리하는 최상위 능력자인 것처럼 소개하지만 전투와 능력이 허술하게 그려진다. 국내 팬들을 가장 기대하게 만들었던 배우 마동석의 ‘길가메시’는 코믹스 속 캐릭터보다 약하게 그려진 능력으로 실망감을 안겨줬다. 극중에서는 중반부 테나를 지키며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준 듯하지만 결국 죽으며 퇴장했다.

영화는 '기승전이터널' 식으로 전개됐다. 고대 유물을 준 것도 ‘이터널’, 쟁기를 개발한 것도 ‘이터널’, 신화의 기원이 된 것도 ‘이터널’이다. 특히 히로시마 원폭 당시 흑인 캐릭터 파스토스가 ‘사서 고생’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이 압권이다.

이미 10명의 이터널스로도 충분히 많은 캐릭터를 그려냈는데도 불구하고 소개는 끝나지 않는다. 이터널스의 기원 ‘셀레스티얼’ 종족, 이터널스가 맞서 싸우는 ‘데비안츠’, 세르시의 연인 ‘블랙 나이트’, 쿠키 영상에 등장하는 타노스의 동생인 에로스 ‘스타폭스’까지. 한 편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담아서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보다는 피로감을 준다.

◇드라마 베스트는 ‘완다 비전’, 워스트는 ‘로키’

드라마 ‘완다 비전’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드라마 ‘완다 비전’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미국 시트콤의 매력과 MCU가 가진 매력이 완벽하게 섞인 작품이다. 매 화 50~90년대 미국 시트콤을 보는 것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시트콤' 같은 분위기 속에서 위화감을 조성하는 요소들이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흑백 시트콤 가 운데 떨어진 컬러 비행기, 대사가 틀렸다며 완다의 눈치를 보는 웨스트뷰 주민 등이 그렇다.

엔드 게임에서 죽은 줄 알았던 비전이 어떻게 생명을 얻게 되었는지도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팬들에게는 공공연히 불렸지만, 영화에서는 판권 문제로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그 이름 '스칼렛 위치'가 드디어 자신의 자리를 찾은 드라마이기도 하다. 어벤져스에서 다운그레이드됐던 완다의 능력이 '소서러 슈프림'을 능가한다는 대사는 짜릿함을 더했다.

‘토르: 다크월드’ 이후 처음 등장한 ‘달시’, ‘앤트맨과 와스프’의 FBI 요원 ‘지미 우’, 먼지가 됐던 5년 후의 혼란을 잘 보여준 ‘모니카 랭보’는 개성이 말살된 텅 빈 눈동자의 웨스트뷰 주민과 대비되며 매력 있게 그려진다. 향후 마블이 제작을 확정한 작품 ‘아가사 하크네스’의 주인공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 ‘로키 시즌1’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드라마 ‘로키 시즌1’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MCU 페이즈4의 주제인 ‘다중우주(멀티버스)’의 도입부라는 것을 고려해도 지루하다. 히어로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인 오락성이 낮고 세계관을 설명하려는 대사가 지나치게 방대하다. 멀티버스를 ‘또 다른 세계가 있다’라는 설명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설정 요소들을 시청자 들에게 떠먹여주려고 했으나 맛이 없다.

주인공 로키는 ‘나르시스트’라는 설정에 맞게 또 다른 자신인 레이디 로키, ‘실비’를 사랑하게 되지만 세계관 설명에 파묻혀 개연성 있는 로맨스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장난의 신인 로키가 가진 악동같은 매력도 매 화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어 아쉽다.

특히 향후 ‘앤트맨3(앤트맨과 와스프 퀀터매니아)’의 메인 빌런이 될 '정복자 캉'의 데뷔 무대임에도 앞부분의 매력이 떨어져 캉이 등장하는 편까지 시청하기가 쉽지 않다. 시리즈 완주를 목표로 한다면 음성을 한국어로 설정하고, 세세한 설정 이해는 나중으로 미룬 채 물 흐르듯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