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 ­ 미니 컨버터블 JCW

BMW `미니 컨버터블 JCW`
BMW `미니 컨버터블 JCW`

흔히, BMW의 미니를 "카트"처럼 달린다고 표현한다. 대형 마트의 쇼핑카트가 아니라 ‘카트라이더’게임의 그 카트, 즉 작은 경주용차를 말한다. 물론, 서스펜션이나 조향 기어도 없이 최소한의 뼈대만 갖춘 채 바닥을 훑고 다니는 진짜 카트에 비하면 미니는 아주 고급스럽고 편안하다. 미니와 카트를 모두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그 생기 발랄하고 재미난 운전이 서로 닮아있음에 충분히 공감된다.

지붕을 열 수 있는 미니 컨버터블이라면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달려야 하는 카트의 운전체감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목적이라면 1.6리터 120마력 엔진의 미니 ‘쿠퍼’ 컨버터블은 어울리지 않는다. 지붕이 고정된 일반 미니보다 늘어난 무게가 의외로 두드러지게 발목을 잡아서다. ‘빠르게’보다는 ‘예쁘게’ 타는데 어울린다. 하지만, 같은 1.6이라도 175마력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한 ‘쿠퍼S’ 컨버터블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붕붕거리는 배기음으로 귓전을 울리고 바람에 머리를 신나게 흩날리며 정신 없이 달릴 수 있다. 그럼 쿠퍼S의 출력을 한 단계 더 높인 ‘JCW’ 컨버터블은 어떨까?

JCW는 흔히 ‘미니의 고성능 버전’이라 불리는 쿠퍼S의 성능을 더욱 강화하고 내외장을 치장해 차별화된 즐거움을 제공하는 일종의 튜닝카다. 최고출력이 192마력으로 높아졌고, 외장 패키지가 적용돼 앞뒤 범퍼와 그릴, 휠 모양이 순정과 다르다. JCW 로고가 새겨진 배기구는 ‘드드드드’하면서 예사롭지 않은 숨소리를 낸다.

보닛을 수놓은 두 개의 검은색 줄무늬는 ‘우리에겐 경주용 차의 피가 흐른다’라는 JCW의 모토를 떠올리게 한다. JCW는 ‘존 쿠퍼 웍스(John Cooper Works)’의 약자. 1960년대에 미니를 튜닝해 세계적인 랠리 경주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끔 했던 존 쿠퍼라는 이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도어에 적힌 ‘37’이라는 숫자 또한 40여 년 전 ‘미니 쿠퍼S’가 경주에서 첫 우승을 차지할 당시의 영광스러운 참가번호를 기리는 상징이다.

미니JCW의 경주차 혈통은 실내에도 이어진다. 결승점을 통과할 때 나부끼는 체커기의 무늬가 바닥 매트를 수놓았다. 운전대 사이로는 변속시점을 알려주는 LED불빛이 요란하게 점등되면서 운전자를 자극한다. 국내에서는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없음이 살짝 아쉽지만, 운전대에 달린 패들을 이용하면 원하는 시점에 기어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차의 반응 자체도 빨라진다.

속도계 오른쪽에 붙은 계기는 엔진 힘이 얼마나 발휘되고 있는지를 퍼센트로 나타낸다. 지붕을 얼마나 오래 열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미니 컨버터블 특유의 계기에도 미니 브랜드의 재치가 묻어있다. 소프트 탑 형식인 미니 컨버터블의 지붕은 15초 만에 열거나 닫을 수 있고, 30㎞/h까지는 주행 중에도 작동한다. 특히 앞부분을 40㎝정도만 열어주는 ‘선루프’ 기능은 120㎞/h에서도 작동하니, 상황에 맞게 여닫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작지만 잘 달리는 차’의 특징을 더욱 강조한 미니 컨버터블 JCW는 0-100㎞/h 가속에 7.3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25㎞/h이다. 고속보다는 저속에서, 곧은 길보다는 굽은 길에서 신나는 차다. 앞 유리가 곧추선 탓에 지붕을 열고 달릴 때는 바람이 많이 들이치고 지붕을 닫아도 외부 소음이 적지 않지만, 이러한 불편함들 마저 재미로 승화시켜내는 것이 미니 컨터버블이요, JCW의 매력이다. 물론 이러한 즐거움을 누릴 때 사진처럼 헬멧을 쓸 필요는 전혀 없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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