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아우디 A4에 대항하는 볼보의 프리미엄 준중형 세단 S60이 완전히 새로워져 돌아왔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후속모델 없이 버티다가 소리 소문 없이 단종 됐던 구형 모델과는 이름만 같다고 할 정도로 다른 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관은 처음 보는 차답지 않게 눈에 익숙하다. 2008년에 콘셉트 카로 나왔던 모습을 양산차에서도 상당부분 살린 데다가, 해외에서는 1년 전에 이미 출시된 탓도 있겠지만, 먼저 출시된 SUV형 모델 XC60과 얼굴이 닮아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상위 세단인 S80은 물론이고 한 사이즈 작은 S40과 비교해도 세대차이가 느껴질 정도의 모습이고, 특히 동물적인 감각을 많이 강조한 앞모습이 그렇다. 날렵한 옆모습과 엉덩이를 모아 올린 것 같은 짤록한 뒷부분도 신세대 감각이다. 볼보를 대표하는 ‘안전한 자동차’의 이미지가 자칫 고루함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이전보다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던진 승부수다. 스타일링 패키지를 선택하면 따라 붙는 차체 아래쪽의 은색 장식들은 세단보다는 SUV적인 감각이라 흥미롭다.
실내는 볼보 특유의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최신 차량다운 세련미를 더했다. 내장재의 고급스러운 마감솜씨는 S80이 부럽지 않은 수준. 쿠페처럼 날렵하게 생긴 지붕라인 때문에 뒷좌석은 좁겠거니 짐작하기 쉽지만, 막상 앉아보면 머리공간이 부족하지 않고 자세도 편하다. 최신 모델답게 각종 전자장비의 지원도 수준급이다. 통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블루투스 및 USB 연결 기능을 통해 외부기기를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은 기본. 전방의 보행자를 인식해 사고가 예측되면 자동정지하는 ‘보행자 추돌 방지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적용된 똘똘한 사양이다. 이는 XC60에 처음 적용됐던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설정된 속도를 지키되 앞차와 차간거리를 유지해주는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은 정체 중일 때 앞차를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할 수 있는 기능까지 더했다.
그런데, 예전과 달라진 볼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운동성능이다. 시승차는 2.5리터 직렬 5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254마력이고,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1800rpm부터 36.7㎏·m의 강력한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는 7.2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30km/h에서 제한된다. 그래도, 실제보다 체감성능이 못한 것만큼은 여전하다. 저속에서는 그나마 터보 엔진다운 컬컬함이 있지만 힘을 쥐어짤 때는 그에 걸 맞는 소리가 없다. 정숙함을 포기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변속기에 스포츠 모드가 적용된 것만으로도 차의 성격 변화는 쉽게 와 닿는다. 주행안정장치도 운전자가 스포츠주행을 원할 경우에는 일부분을 해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적극적인 브레이크 제어로 코너링 성능을 향상시켜주는 ‘코너링 트랙션 컨트롤’의 효과도 상당하다. 아울러 하체의 특성을 버튼 선택만으로 간단히 변화시켜주는 ‘4C’는 기분에 따라 다른 차를 골라 타는 듯한 맛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스포츠 세단에 어울리는 하체지만, 18인치 휠에 낮은 편평비의 타이어를 끼우고도 승차감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신형 볼보 S60에는 이번에 시승한 T5 외에 205마력 2.4리터 트윈터보 디젤엔진을 탑재한 D5 모델도 있다. 가격은 S60 T5 기본형 4990만원, S60 D5 5120만원, S60 T5 프리미엄 5790만원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