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 닛산 무라노 시승기

[펀앤펀] 닛산 무라노 시승기

 닛산 무라노의 차명은 베네치아 무라노 섬에서 빌려왔다.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 섬은 건물이 예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닛산 무라노는 예쁜 것보다는 씩씩하게 생겼다. 날렵한 그릴이나 헤드램프가 뭔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도 풍긴다.

 무라노는 2002년에 데뷔한 닛산의 중형 SUV로, 2003년에는 ‘북미 올해의 트럭’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라노를 처음 봤을 때는 디자인이 고급스럽다고 느꼈는데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제는 평범한 디자인으로 다가온다. 2012년형은 그릴과 스포일러, 테일램프 정도가 달라졌고, 18인치 휠은 더블 스포크 타입으로 바뀌었다.

 실내는 딱 무라노에 기대할 만한 수준이다. 특별히 고급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싼 티가 나는 것도 아니다. 대중적인 중형 SUV와 가격을 생각할 때 이 정도면 괜찮다고 본다. 오히려 인피니티를 닮은 센터페이서 디자인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상단에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내비게이션에는 한글 인터페이스가 새롭게 적용됐다. 오디오는 기존 6CD 체인저였지만 2012년형에는 1CD와 하드 디스크 내장 타입으로 바뀌었다.

 크고 넉넉한 가죽 시트는 전동식이긴 하지만 열선 기능을 제외한다면 평범하다. 2열 공간은 충분히 넓다. 성인이 앉아도 무릎 공간이 남는다. 듀얼 선루프가 있어 2열 승객도 괜찮은 개방감을 맛볼 수 있다. 접힌 2열 시트는 스티어링 컬럼 왼편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 전동식으로 다시 일으킬 수 있다. 트렁크에서는 수동으로도 가능하다.

 엔진과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동일하다. 3.5리터 VQ 엔진은 260마력을 발휘하며 변속기는 X트로닉 CVT가 매칭된다. 가끔 무라노 같은 가솔린 엔진 SUV를 타면 디젤과 다른 맛이 있다. 디젤을 탈 때는 가솔린만큼 조용하다고 하지만 막상 가솔린 SUV를 타면 공회전에서 더 조용하긴 하다. 거기다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것도 장점이다.

 무라노는 잘 나간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속도가 쭉쭉 붙는 전형적인 VQ 엔진 특성을 보인다. 저속 토크도 좋지만 전 영역 대에서 고르게 힘이 발휘돼 운전 스트레스가 없다. 260마력이라는 수치에 걸맞는 동력 성능이다. 어렵지 않게 100㎞/h를 돌파하고 200㎞/h 부근까지도 멈칫거림 없이 속도가 올라간다. 확실히 엔진은 닛산의 주요 경쟁력 중 하나다. X트로닉은 수동 모드 시 좀 더 스포티해지고 당연히 변속 충격도 없다.

 주행 성능에서는 고속 주행 시 안정성이 매우 좋은 게 눈에 띈다. 고속으로 올라가면 생각보다 롤이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세가 매우 안정적이다. 유럽산 SUV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

 하체는 적당히 단단하다. 거친 노면에서는 충격이 크다고 느낄 수 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스포티하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어지간한 충격은 잘 걸러준다. 핸들링은 생긴 대로다. SUV로서는 꽤나 날렵하게 움직인다.

 무라노는 대중적인 SUV답게 두루두루 무난하다. 가격대에 걸맞는 크기와 편의 장비, 실내 공간을 갖췄다. 동력 성능도 수치에 기대할 만큼 괜찮다. 5190만원이라는 가격도 무라노의 차체 사이즈와 엔진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단지 가솔린 3.5리터에서 오는 연비의 압박이 있을 따름이다.

 

 한상기 객원기자 hskm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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