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다] 한국 찾은 말레이시아 게임 세대

이달 초, 말레이시아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학생 30여명이 서울 상암동 그라비티 본사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말레이시아 주요 명문 공과대학인 말레이시아 공과 대학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본사 소개와 회사 견학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라그나로크` 개발사 그라비티 상암동 본사를 찾은 말레이시아 공과대 학생들
`라그나로크` 개발사 그라비티 상암동 본사를 찾은 말레이시아 공과대 학생들

그라비티를 방문한 학생들 사이에선 가벼운 설렘이 일었다. 학생 중 상당수가 어린 시절 그라비티의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를 플레이하며 IT 개발자의 꿈을 키워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국민게임`이라고 불리며 선풍적 인기를 끈 라그나로크 개발팀을 찾았을 때엔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즐긴 게임의 개발자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기도 했다. 학생들은 “그라비티에서 인턴십을 하고 싶다” “본사를 방문할 수 있어 너무 좋은 경험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한국 온라인게임 개발 노하우를 전수받아 게임 산업 발전에 힘쓰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라그나로크 게임을 즐기던 어린 세대가 자국 IT 산업 발전을 주도할 젊은 공학 인재로 자라난 것이다. 게임 세대의 긍정적 모습이다. 현지 문화에 맞춰 로컬화된 게임이 현지의 젊은 세대와 만나 미래의 꿈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대만에도 `라그나로크`와 자란 게임 세대가 있다. 최근 그라비티가 국내에 퍼블리싱한 `파인딩 네버랜드 온라인`을 개발한 대만 엑스레전드 역시 어린 시절부터 `라그나로크`를 플레이한 게이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회사다.

당초 이 회사는 `파인딩 네버랜드 온라인`의 한국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라비티에서 퍼블리싱을 제안하자 개발자들은 “라그나로크 개발사에서 우리 게임을 서비스해 준다면 무조건 찬성”이라며 반겼다. “오늘날 우리를 있게 해 준 그라비티와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탄생해 동남아시아와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은 온라인게임이 IT 분야에서 활약하는 `게임 세대` 인재를 키워낸 셈이다.

넬슨 장 엑스레전드 대표도 “그라비티에서 처음 제안이 온 이후 다른 퍼블리셔는 생각도 없었다”며 “라그나로크를 하며 자란 개발자들이 그라비티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