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다] '게임=재미있는 놀이문화' 인정하자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강한 스콜이 지나갔다. 우산도 무용지물이었다. 세찬 소나기와 강풍을 동반한 천둥 번개는 게임계를 강타했다. 게임 회사들은 몸을 잔뜩 움츠렸다. 게임은 학생들을 중독으로 이끄는 공해이자, 나쁜 도구였다. 학교폭력의 또 다른 요인이자,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부 역시 게임중독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에 이어 쿨링오프제·선택적 셧다운제 등 게임 규제정책을 마구 쏟아냈다.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중고등학생들의 현실 앞에서 게임은 또 한 번 두들겨 맞았다. 4·11 총선을 전후해 게임규제 기상도는 소강국면이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오는 5월 새로운 회기를 시작하는 19대 국회에서 몰려올 먹구름에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게임, 재미있다=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999년 5월 10일자 표지기사로 게임과 어린이의 관계를 다뤘다. 당시에도 중독문제는 거론됐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났지만, 게임은 인터넷 중독이라는 문제와 맞물려 조명되고 있다.

국내 보수 언론도 게임의 폐해를 강조하는 뉴스를 주요 꼭지로 다뤘다. 10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공격의 대상과 게임의 종류 뿐이다. 여전히 게임을 놀이문화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철학이 공통분모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게임중독에 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게임중독 관련 뉴스는 잊혀질 만 하면 등장한다.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의 본성과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게임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영화와 만화를 보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성인들이 즐기는 골프 등산과도 별반 차이가 없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게임, 놀이문화다=게임은 광의의 의미에서 주류문화가 됐다. 남녀노소 누구가 즐기는 놀이문화인 셈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주당 30억 시간을 온라인 게임에 쏟고 있다. 국내 게임 이용자만 3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고, 현실에서 잠시 도피할 수 있다. 가상현실 속에서는 장군과 왕자, 공주 등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게임 이용인구를 급속히 늘리고 있다. 일찍 게임을 접했던 30∼40대부터 10대 청소년까지 G세대는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보급이 늘면서 어린 아이들이 게임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다. 굳이 PC를 켜지 않아도 무선 디바이스를 이용해 모바일 게임 또는 캐주얼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린 아이들도 앵그리버드 게임을 즐기는 게 일상화 됐다. 이러다 보니 유아 및 아동이 게임을 접하는 나이는 4.8세까지 낮아졌다.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성인들을 위한 게임문화도 존재한다. 얼마 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서울 시내의 한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장에 들렀다. 현장시찰 차원이었다. 대낮이었지만, 게임장 내부는 손님들로 가득 찼다. 100여석 규모의 게임장에는 빈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에필로그=전자신문이 2011년 9월부터 연재한 게임기획 시리즈가 끝을 맺는다. 본지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게임, 변화를 선택하다`편을 통해 게임업체들의 선행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공헌 활동을 다뤘다. 2부 `게임은 문화다`편에서는 게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접근을 시도했다. 게임은 소통의 수단이자, 도구라는 점과 편견을 버리고 합리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이 게임을 즐기고, 일부 학생들이 게임중독에 빠지는 원인과 현상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게임이 10대 청소년들의 탈출구가 되는 이유 분석도 필요하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