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2014 ITU 전권회의, ICT 분야 올림픽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면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국제기구는 무엇일까. 1894년 설립돼 120여년의 역사를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일까. 정답은 그보다 30년 정도 앞서 1865년에 발족한 국제전기통신연합,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다. 1844년 최초로 전신 메시지가 오간 이후 국제적인 전신을 위한 협의와 표준 마련을 위해 유럽 20개국이 지금의 ITU와 영어 약자가 같은 만국전신연합(International Telegraph Union)을 결성했다. ITU는 UN 산하기구의 하나로 세계에 원활한 정보통신이 이뤄지도록 주파수와 위성 궤도를 할당하고 기술 표준을 제·개정하는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ITU의 최고 회의인 전권회의가 2014년 10월 부산에서 열린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전권회의는 ITU 총회에 해당하는 최고의결기구다. 지금까지 18회가 개최됐다. 1994년부터 올림픽처럼 4년마다 열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정보통신 관련 국제적인 정책을 결정하고 이사회와 사무국 위원 선거, 각종 협약 개정도 이뤄지는 등 국제적인 ICT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중요한 회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중요한 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ICT 강국이란 위상과 달리 ICT 국제기구 활동 분야에서는 상응하는 지위를 얻지 못했다. 우리 ICT 기업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기업 경쟁력 못지않게 다양한 국제기구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ICT가 발달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에는 우리의 성공적 ICT 정책 노하우와 이를 시행할 기업이 함께 진출해야 한다. ICT 산업의 해외진출이라는 경제적 측면과 함께 글로벌 ICT 격차 해소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국가 브랜드와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ITU 전권회의 국내 개최는 3000억원이라는 경제유발 효과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ICT 외교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또, 1994년 일본 교토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아시아·태평양을 대표해서 회의를 개최하는 만큼 그 책임이 막중하다. 남은 기간 동안 차질 없는 회의 개최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열리는 ICT 분야 올림픽인 ITU 전권회의의 성공적 개최에도 국민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 있기를 바란다. 전권회의를 준비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이고 외교부와 예산당국 등 관련 정부 부처의 철저한 준비와 적극적 협조를 기대한다.

설정선 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상근부회장 12jss@kto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