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발상 전환 필요한 통신업계

[리더스포럼]발상 전환 필요한 통신업계

요즘 통신업계가 심상치 않다. 수년째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지출은 크게 늘어 경영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통신 3사의 지난 반기 영업실적을 보면 작년 동기에 비해 회사에 따라 14%에서 95%까지 큰 폭으로 이익이 줄었다. 스마트폰 보급과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로 통신망 구축 투자비는 계속 늘어나 올 한 해만 해도 8조원대에 이른다. 게다가 매년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영업실적 악화를 부채질해왔다. 대표 통신사라고 자부하는 KT의 시가총액이 NHN의 3분의 2 수준이다.

통신업계의 부진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문제다. 인터넷 보급이 늘면서 시장 수요가 음성에서 데이터로 이동하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통신사의 주 수익원이던 음성통화 수입은 급감하는 데 비해 데이터 수입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 데이터 트래픽 증가를 수익모델화하지 못하고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화를 자초하기도 했다. 이용자에게 어필할 이렇다 할 서비스를 제시하지 못해 카카오톡 같은 신흥 서비스에 수익 기반을 잠식당하고 있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과도한 마케팅 비용 경쟁이다. 통신 3사가 지난 2분기 동안에만 2조원 넘게 쏟아부어 새로 확보한 가입자는 겨우 29만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고객 한 명을 획득하는 데 702만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셈이다. 수요가 포화된 시장에서 단순히 상대방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을 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통신사 경영부실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미래비전을 견인해갈 시스템 균형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국내 ICT 산업에서 통신사업자는 매우 중요한 투자 주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통신사가 ICT 생태계를 유지·발전시켜갈 주체로서 체력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무료전화 서비스 `보이스톡`이 촉발한 망 중립성 논란에서 불거지는 각종 이슈도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지난 세월 고성장 시대를 지탱해왔던 음성 위주의 폐쇄적 사업구조로는 답이 없다. 이젠 사용자가 클릭 한 번으로 서비스를 넘나들고 서비스와 서비스도 순식간에 융합(mashup)되는 시대다. 이 때문에 데이터 기반 컨버전스, 콘텐츠, 클라우드 등의 영역에서 서드파티와 열린 협업 구조를 전제로 한 새로운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가입자 몇 명을 빼앗고 빼앗기는 소모적 경쟁에 몰입하는 구시대적 사업모델을 과감히 버리고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김창곤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 ckkim0507@klab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