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325>의료정보 표준화

위암을 앓고 있는 김모씨는 증상이 악화돼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김씨가 사는 부산에도 대형 종합병원이 있지만, 위암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의가 있다는 주변 사람의 권유로 서울의 A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김씨는 부산의 대형 종합병원에서 초기검진을 모두 받았다고 A병원 의사에게 설명했지만, 김씨는 A병원에서 또 다시 처음부터 모든 검진을 다시 받았습니다.

건국대학교병원 의료정보팀이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와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연동을 위한 업무 회의를 하고 있다.
건국대학교병원 의료정보팀이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와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연동을 위한 업무 회의를 하고 있다.

이처럼 병원을 옮길 때마다 동일한 증상이어도 초기검진을 다시 받는 이유는 병원 간 의료정보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병원들이 막대한 돈을 쓰면서 의료정보시스템을 갖췄지만 시스템 속 데이터의 기준은 만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증상이나 병명, 처방 등 다양한 진료 결과에 대한 데이터가 생성됩니다. 그러나 어느 병원은 B라는 증상을, 다른 병원에서는 C라고 부르고, 병명도 모두 다릅니다. 전산 입력을 위한 코드 체계도 어느 병원은 네 자리고, 또 다른 곳은 다섯 자리고, 숫자로만 입력되기도 하고, 영문을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의료정보 표준화를 추진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의료정보 표준화를 위해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국제 표준을 국내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료정보 표준화에 대한 의료진의 부정적 인식으로 지속적인 추진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표준화로 기존 의료정보 데이터를 모두 수정해야 하는 부담도 지속적인 추진을 못하게 한 배경입니다.

Q:의료정보 표준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의료정보 표준화를 이루려면 정부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의료와 헬스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의료정보 표준 제정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먼저 여러 종류의 국제표준 중 일부를 선택, 국내 실정에 맞게 보완하고 이를 국가 표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 표준을 적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합니다. 표준 적용 시 부여하는 혜택도 마련해야 합니다. 의료정보 표준화를 국공립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의료기관까지 확대 적용하려면 인센티브 제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의료정보 표준화는 복지부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국방부,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다양한 기관이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Q:해외에서는 의료정보 표준화를 어떻게 추진하나요?

A:의료정보 공유를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대표적 나라는 호주입니다. 호주는 지난 2005년 의료정보 표준화 전담조직인 `e헬스이행국(NEHTA)`을 연방정부 내 설립했습니다. NEHTA는 헬스케어 시스템 간 호환성 문제 해결과 환자와 공급자 의료정보 활용을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보건의료 통합 인프라와 표준을 제정, 보급하는 일도 합니다. 지난해 개인조정전자헬스기록(PCEHR)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PCEHR 시스템은 개인이 국가시스템에 접속해 건강정보를 진료지역에 관계없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정보시스템입니다. 미국도 오바마 정부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의료정보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가 헬스IT코디네이터를 설치해 국가 차원에서 모든 역할을 통합하고 조율합니다.

Q:정부는 최근 의료정보 표준화를 위해 무엇을 추진하고 있나요?

A:정부는 최근 국제 보건의료 용어와 분류체계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지정받은 보건의료분야 표준화협력센터를 지난 2월 가동했습니다. 표준화협력센터는 세계 17개국에만 지정돼 있습니다. 센터는 국제질병분류(ICD), 국제의료행위분류(ICHI),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 등 보건의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표준용어와 분류기준을 개발해 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먼저 용어체계 표준화를 진행하고 질병에 따른 증상 용어와 코드체계도 표준화할 계획입니다. 질병과 증상의 상관관계도 체계화합니다. 용어체계 표준화가 완료되면 센터는 보건소를 대상으로 적용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후 국공립병원과 민간병원에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합니다.

◇`의료 천국 쿠바를 가다` 요시다 다로 지음, 위정훈 역음, 파파에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에서는 대표적인 의료복지 모범으로 꼽히는 `쿠바`의 의료제도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쿠바의 지역예방의료 체계, 세계적인 수준의 고난의도 의료수준, 경제봉쇄 속에서 의료 발전, 쿠바의 `국경 없는 의사단` 활동, 지속가능한 의료와 복지사회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쿠바는 치료보다 예방을 중시하는 선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과학과 의료기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로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의료정보통신` 박종선 지음, 포널스출판사

`의료정보통신`은 의료정보학 분야를 처음 배우는 보건 및 의료관련 분야 종사자와 관련학과 학생 대상의 책이다. 의료정보학의 주요 영역인 의료정보통신에 대한 원리적 이해와 의료정보 활용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의료정보통신의 개요부터 인터넷 의료통신망, 의료정보통신 보안, 의료정보통신망 이해, 활용, 실무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병원경영정보시스템과 처방시스템, 진료지원시스템 등 다양한 의료정보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다루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