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비온 뒤 벤처(Beyond Venture)`

얼마 전 야후가 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한 텀블러는 우리에겐 생소한 회사다. 2007년 시작한 이 회사는 지난 3월 기준 가입자 수가 1억1700만명에 달한다. 매일 12만명이 신규로 가입하고 초당 900개의 포스트가 새롭게 올라오는 강력한 매체다. 이베이가 페이팔을, 구글이 유튜브를 각각 인수하며 회사 발전 초석으로 삼았던 것처럼 야후는 텀블러로 새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콘텐츠칼럼]`비온 뒤 벤처(Beyond Venture)`

최근 실리콘밸리는 텀블러 같은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사진 애플리케이션 기업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에 인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기업용 SNS 야머를 12억달러에 인수했다. 옐프·링크트인·징가 등 다수 SNS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마치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을 다시 보는 듯하다. 1999년 빌 게이츠 MS 회장은 닷컴버블에 대해 “인터넷 버블이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으로 인해 인터넷 산업에 많은 자금이 유입됐고, 혁신이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수익모델 검증 없이 우후죽순 등장했던 인터넷 서비스는 거품이었지만 인터넷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과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DB), 소프트웨어(SW) 등 관련 산업은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 정부는 얼마 전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종합 대책으로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내놓았다.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벤처기업을 쉽게 만들고 팔 수 있도록 하고, 재투자를 통해 또 다른 벤처를 설립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창업→성장→매각→재투자`의 과정이 순환되는 벤처생태계 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과거 김대중 정부의 대대적 벤처 정책이 `벤처 거품`이라는 부작용을 낳은 것처럼 또 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거품 현상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는 많은 손실을 입고,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2000년대 초반의 벤처 거품은 대한민국 IT산업 도약에 기여했음도 명백하다.

이제는 벤처보다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스타트업 이전의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던 모험기업 이미지보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도전하는 초기 기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과 소셜서비스 혁명이 불면서 다시금 벤처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신생 벤처기업 지원이 필수적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도전하는 신생 벤처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초기기업과 창의기업에 벤처투자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벤처캐피털은 이미 성장한 중소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벤처 지원 자금 역시 투자가 아닌 융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한 때 벤처기업인이라면 큰 일하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인정해 주었다. 과거 벤처인은 그런 격려와 희망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정부의 벤처 지원 및 활성화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수한 인재가 벤처에 가고 벤처를 만드는 사회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비온 뒤 더 단단한 땅으로 변화하듯 대한민국도 더 이상 과거 `벤처 시대`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이를 뛰어 넘고 새롭게 바꾸어서 성공적인 `비욘드 벤처(Beyond Venture)`시대를 만들어 가야한다.

안병익 씨온 대표 biahn@seeo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