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ICT를 활용한 전자출판 활성화

지난 4월 발표된 국내 한 증권사의 분석자료를 보면 “지난해(2012년)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가 3250억원이었으며 올해(2013년)는 583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돼 있다. 우연인지, 이 전망치의 영문 해석이 해외 미디어에도 인용되면서 졸지에 한국은 일반 전자책(Consumer e-Book)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배 가까이 급속 성장하는 국가로 알려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콘텐츠칼럼]ICT를 활용한 전자출판 활성화

개인적으로는 국내 전자책 시장이 이 전망처럼 활성화됐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증권사 자료가 어떤 근거로 작성되었는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정부에서 지원하는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국내 단행본 전자책 시장 규모는 대형 전자책 유통사의 매출을 근거로 약 800억원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45% 성장한 약 116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2012년 3조4000억원), 영국(〃 3700억원) 등 출판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국내 전자책 시장은 성숙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최근 3년간 전자책서점, 통신사, 포털을 포함한 20여개의 유통채널이 늘어났지만 아직도 종이책에 비해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고 독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전자책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아마존,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술 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 단말기, 플랫폼, 네트워크의 선순환 구조와 함께 창조적 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는 새로운 혁신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 정부 지원 예산을 창조산업 활성화에 집중투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출판이 문화산업 중 매출규모(비중 29.5%)가 가장 큰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전자책)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협의적 개념의 산업으로 저평가 되고 있다.

콘텐츠에 대한 정부 지원은 만화, 영화, 게임에 집중되고 있다. 창조산업의 원천 재료이자 이야기의 산실인 출판산업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기존의 전통적인 종이책 중심의 출판 산업에서 선도적인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전자출판과 온라인 서비스 기반의 창조적 출판 생태계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영·미 국가의 성공사례처럼 사용자(소비자)가 콘텐츠 개발(창조)에 참여하는 출판모델(UGC/Self-Publishing)과 타 미디어 산업과의 협업을 통한 융·복합 디지털출판 콘텐츠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

지금이야말로 창조적 산업의 원천 산업으로서 정부의 과감한 전자출판산업 진흥 정책 수립과 예산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특히 개방형 유통 플랫폼 구축을 위한 오픈 액세스(API) 기술, 협업 출판과 유비쿼터스 유통을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융·복합 콘텐츠 개발을 위한 매쉬업 기술,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기술 등 ICT 기반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적 지원이 요구된다.

그동안 출판계와 정부는 디지털 시대의 전자책이 출판 산업 생태계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언급해 왔지만 말 뿐이었다. 이제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혁신적 수요를 창출해나갈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종이책의 판매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자출판산업까지 활성화되지 못한다면 결국 국내 출판산업의 가치사슬 속에 있는 모든 당사자(저자, 출판사, 유통사 등)에게 곧 생존의 위협이 닥칠 수 있다. 선진국들이 ICT를 십분 활용해 더 크게 키운 시장에서 정작 우리는 도태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중호 미래출판전략연구소장 2joong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