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김재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김재일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의 다이어리는 언제나 빼곡하다.

1년 365일 쉬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지난 10년간 주말과 휴일을 모두 연구실에 반납하면서 가족휴가는 상상도 못했다. 그사이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은 벌써 대학생이 됐다. 명함 뒷면에 인쇄된 바이오기업 `애니젠` 로고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낮에는 `교수님`으로 불리고 밤에는 `사장님`으로 통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과학자]김재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교수 벤처기업 `애니젠`을 창업한 2000년 초만 하더라도 사업에는 큰 흥미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신약 개발에 대한 열정이 타올랐다. 모아놓은 돈은 모두 시설과 R&D에 투자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학교 인근 20년 된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고 있다.

지난 10년간 부가가치 생물소재와 의약품의 핵심원료인 펩타이드 개발에 매달렸다.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투자자 상당수가 투자금을 회수해 갔지만 묵묵히 외길을 걸어왔다. 의약품, 화장품, 식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펩타이드 성장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도쿄대 약학과 조교수와 미Tm비시 생명과학연구원, LG화학 연구원을 거친 그는 펩타이드 연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다행히 서울대 약학대학 박사 출신인 김용철 교수와 MIT 박사후연구원을 거친 전상용 KAIST 교수가 힘을 보탰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진이 머리를 맞대자 성과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KGMP인증을 획득하면서 `캐시카우`도 확보했다. 전립선암 치료제인 류프로렐린과 요붕증 치료제 데스모프레신에 대한 식약청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2014년까지 5종의 펩타이드 의약품 KFDA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김 교수는 “300~400억원의 추가 투자를 통해 2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성공적인 바이오벤처 모델을 만들겠다”며 “바이오신약과 핵심소재 개발을 통해 낙후된 지역경제 발전과 양질의 고용창출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