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과학기술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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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사업` `C-Korea 사업`을 기획하고 `과학기술기반 사회문제 해결 종합실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람 중심의 따뜻한 연구개발(R&D) 중장기 전략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국민편익증진 기술개발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국민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R&D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과학산책]과학기술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정책은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기후변화와 자원·환경문제 등 우리 사회 주요 문제에 대한 과기계의 적극적인 대응이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의미와 정당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성숙 단계에 도달한 산업혁신 중심의 과학기술정책이 새롭게 진화할 수 있는 기회 제공도 기대된다. 그렇지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정책은 산업발전에 초점을 맞춘 산업혁신정책과 목표와 과정, 주요 주체가 상이하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정책 최우선 목표가 산업육성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 기존 정책이 산업발전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사회문제 해결형 정책도 관성에 따라 환경산업, 의료산업, 방재산업, 고령친화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핵심 목표로 설정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산업이 발전한다고 사회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발전과 기술혁신이 보편적 사회서비스로 구현되지 않으면 해결에 기여할 수 없다. 미국 보건의료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지만 그것이 보편적 의료서비스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정책에서는 사회문제 해결이 최우선 목표며 산업발전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전개돼야 한다.

둘째,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기획과 평가방식이 필요하다. 사회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때가 많다. 사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관련 사회집단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획 활동이 기술기획을 넘어 사회문제와 기술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사회·기술기획으로 확장돼야 한다.

평가도 논문, 특허, 기술료와 같은 지표를 넘어 사회적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논문이나 특허가 적게 나와도, 또 각광받는 첨단기술이 아닐지라도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면 우선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평가 과정에서 과학기술자만이 아니라 수요자 참여가 필요하다. 실제 현장에서 문제에 접한 당사자나 문제해결 활동을 수행하는 사회서비스 조직, 시민단체, 비영리조직과 같은 주체가 참여해 현장 목소리를 과제 선정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셋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혁신체제는 산업혁신 생태계가 지배해왔기 때문에 사회적 혁신 생태계는 취약한 상태에 있다. 맹아단계의 사회적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혁신주체로서 잠재력이 있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혁신능력을 높여야 한다. 출연연구소나 대학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연구단위 확대도 필요하다. 영리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유가치창출(CSV)형 혁신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정책이 새로운 창조와 실험의 영역이 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술공급과 산업중심의 정책추진체제를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서 정책을 시작하는 수요지향적, 사회주도형 추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정책혁신은 새로운 정책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songwc@ste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