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인간 중심의 사물인터넷 환경

[콘텐츠칼럼]인간 중심의 사물인터넷 환경

가트너는 향후 10대 미래전략기술 중 가장 중요한 기술로 사물인터넷을 선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대부분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물인터넷은 고유하게 식별 가능한 사물이 만들어낸 정보를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환경으로, 기존의 유무선 통신 기반 인터넷보다 진화된 다음 단계의 인터넷을 의미한다. 내장된 칩이 기저귀를 갈 때가 됐는지 감지, 엄마에게 단문메시지(SMS)로 알리는 무선 기저귀가 사물인터넷의 최근 예다.

사물인터넷에 의해 생성되는 수많은 사물 간 상호작용 정보는 방대한 정보를 양산하게 되며 이로써 형성된 빅데이터는 귀중한 `정보`와 `지능`을 새롭게 만들어내 사물인터넷의 지능화를 더욱 가속할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핵심적 의미는 인간과 사물의 관계에 대한 기존 관념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사물의 위상을 바꿔놓을 뿐 아니라, 인간 행위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킬 것이다.

그런데 자칫 사물인터넷이 `사물`이라는 명칭 때문에 기술이나 사물이 중심이 되는 환경을 생각하기 쉽다. 사물이 센서를 통해 아무리 지능화돼도 사물인터넷은 사용자 중심, 인간 중심의 환경이 돼야 한다. 사물인터넷의 진정한 중심은 기술이나 사물이 아닌 인간의 행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의 일종인 `아이팟 나이키+` 운동화는 발을 보호한다는 신발의 목적보다 인간의 행위와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발의 보호라는 기본 목적을 넘어 운동 정보를 저장해 모바일과 웹으로 보여주며, 개인 트레이너 기능도 수행할 뿐만 아니라, 경로를 저장하고 추출해 공유하는 네트워킹 기능도 갖고 있다. 이로써 인간이 소중히 여기는 건강의 가치를 구현하고 극대화하는 것이다. 건강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달리기라는 인간 행위를 통해 구현하고 많은 목적들과 밀접하게 연결됨으로써 스스로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이 스마트해져 인간과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래 사회적 소통행위에 사물이라는 새로운 대상을 포함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은 인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에 두고 사물과 인간이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환경이어야 하며, 그 디자인에는 바로 인간의 가치와 필요, 행위가 중심이 돼야 한다. 단순히 사물을 통해 인터넷이 가능하다고 해서 사물인터넷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이 실제로 수행하는 기능과 그 기능으로 인해 인간이 기대하는 결과가 밀접하게 연결돼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행위를 기준으로 이어진 사물과 사람의 직접적 연결고리로 인간의 가치가 생성되는 것이 바로 사용자 중심 사물인터넷이다.

기술의 역사를 보면 사용자 중심 원리를 간과해 실패한 것이 많다. 위성전화서비스 `이리듐`과 위성라디오 `시리우스`, 스마트폰 원조 `팜`과 `블랙베리` 등은 혁신적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에게서 외면 받은 사례들이다. 사용자 욕구를 정확히 분석하지 못하고 사용자 중심 원리를 간과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이러한 실패한 기술로 사라질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혁신할지는 사용자 중심과 기술 중심 디자인 사이 선택의 문제에 달려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정부 주도로 인간 중심 사물인터넷 전략을 추진해 가고 있다. EU는 `제7차 프레임워크 프로그램` 일환으로 인간 복지를 향상하는 사물인터넷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일본은 인간 중심 디지털 사회 조성을 위한 `아이재팬 2015` 일환으로 사물인터넷을 선정, 총무성이 상세 계획을 마련 중이다.

우리도 사물인터넷 조성을 위해 산학연이 협동해 인간 중심 사물인터넷 환경 구축에 힘써야 한다. 사물인터넷이 조지 오엘의 `빅 브러더` 사회로 갈지,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구현하는 건전한 생태계로 갈지의 기로이기 때문이다.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dshin@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