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T도코모, 아이폰 판다…삼성 일본서 '빨간불'

NTT도코모가 애플과 아이폰 신제품을 판매에 합의했다. 애플이 일본 시장 주도권을 더욱 탄탄하게 굳힌 반면에 삼성전자의 입지는 줄어들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NTT도코모와 애플이 최근 가진 아이폰 공급 협상에서 판매보장 물량 등 핵심쟁점 합의를 끝냈다고 전했다. 양사는 10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신제품 발표회에서 계약 사실을 밝힐 방침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NTT도코모를 빼고 소프트뱅크와 KDDI가 아이폰을 판매 중이다.

NTT도코모와 애플의 협력은 궁지에 몰린 현실 타개책으로 풀이된다. 과거 독점적 지위는 사라졌고 수익성도 나빠졌다. 양사는 판매 보장 물량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섰지만 자존심보다 실리를 선택했다.

10년 전 56.3%에 달했던 NTT도코모 시장 점유율은 2008년 소프트뱅크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3월 기준 42%까지 크게 떨어졌다. 반면에 소프트뱅크는 같은 기간 20.8%에서 29.4%로 성장하며 2위로 올라섰다.

애플 역시 스마트폰 혁명의 출발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추락했다. 2분기 판매 대수 기준 애플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3.6%에 불과하다.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33.1%로 애플을 두 배 이상 앞섰다.

양사 협력으로 삼성전자 일본 스마트폰 사업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5월 NTT도코모가 보조금을 몰아주는 `투톱 전략` 제품으로 갤럭시S4를 낙점하면서 이 제품의 판매는 급증했다. 4개월 동안 판매량은 100만대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국 휴대폰이 유일하게 뚫지 못했던 일본에서 갤럭시S2와 갤럭시S3에 이어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지만 NTT도코모가 아이폰을 팔면 단번에 전세가 역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에서 아이폰의 인기가 높은데다 NTT도코모의 브랜드 힘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NTT도코모의 아이폰 판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다가온 위기의 서곡에 불과하다. 가입자 7억명을 가진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이 관건이다. 차이나모바일이 애플과 합의하면 그 파장은 예상하기 힘들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