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공간정보 분야의 강소기업 `솔리데오시스템즈`

건설 정보 모델링(BIM) 발주가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의무 적용되면서 최근 들어 국내 BIM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유일한 국산 소프트웨어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업체가 바로 솔리데오시스템즈다. 김숙희 사장은 “이미 5년 전부터 BIM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그간 100억원에 달하는 누적 개발비를 투입했다”며 “이를 통해 우리 건축정보화 시장을 토종의 자존심으로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솔리데오시스템즈의 통합시설물관리 솔루션 `아키에프엠에스(ArchiFMS)`. 시설물의 유지와 운영·자산 등을 관리하고 현황통계, 상황관제, 경영분석 등의 기능을 갖췄다.
솔리데오시스템즈의 통합시설물관리 솔루션 `아키에프엠에스(ArchiFMS)`. 시설물의 유지와 운영·자산 등을 관리하고 현황통계, 상황관제, 경영분석 등의 기능을 갖췄다.

실제로 현재 BIM 분야에서 솔리데오를 제외한 국산 SW는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각급 행정기관과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경우, 건축물 인·허가 업무용만 필요함에도 카피당 최고 1억원 상당의 BIM 데이터 생성용 외산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흔해 솔리데오의 등장은 이들에겐 구세주다. 인·허가 등 솔리데오의 관리자용 BIM 솔루션은 데이터 생성 기능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단순 `뷰어` 기능만으로도 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다수 외산 제품은 이를 분리해서 판매하지 않는다. `울며 겨자 먹기식` 외화 유출이 계속되는 이유다.

국내 대형 SI업체들도 BIM 솔루션 개발에 난색이다. 제품 개발 자체가 어렵고 한 해 20여개 나오는 BIM 프로젝트 발주 물량만 보고 뛰어들기에는 수익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명감 하나로 버텨왔다`는 김 사장은 BIM을 기반으로 시설관리시스템(FMS) 분야의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솔리데오시스템즈는 자체 개발한 FMS 등 SW를 미국 오토데스크에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최근 교환했다. 오토데스크는 솔리데오시스템즈의 SW를 세계 각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오토데스크에 공급되는 SW는 FMS를 비롯해 코드체킹시스템, 빌딩정보모델링(BIM) 서버 SW다. FMS는 빌딩 내 기계나 전기 등 각종 설비 관리를 자동화하는 SW다. 코드체킹시스템은 BIM 데이터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때 품질관리를 위해 코드를 체크하는 시스템이다. BIM 서버는 BIM 데이터를 서버에 등록하고 다수의 관리자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SW다.

오토데스크는 솔리데오시스템즈의 SW 기반으로 제품을 출시하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한다. 제품 판매와 브랜드는 오토데스크가, 핵심 원천기술은 솔리데오시스템즈가 갖게 된다. 솔리데오시스템즈는 오토데스크에 제공하는 SW 기술 대상으로 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 등 10개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솔리데오 제품은 인도네시아에도 공급된다.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 통신회사 텔콤의 자회사인 텔콤엑사스는 솔리데오시스템즈의 `스마트iFMS` SW를 공급 받아 자체 브랜드로 2000개에 이르는 텔콤 사옥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달 중 솔리데오시스템즈와 텔콤엑사스는 FMS SW 협업 MOU를 교환한다. 2000개 빌딩에 모두 FMS SW를 공급하면 최저 3000억원 규모가 넘는다. 텔콤엑사스는 유선통신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솔리데오시스템즈의 FMS SW 기반으로 빌딩 정보화 시장에 진출한다. 지멘스 등 외산업체가 장악하는 인도네시아 빌딩 정보화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솔리데오시스템즈는 지난 2009년 착수한 국토교통부 초고층복합건물 연구 사업에 참여, 기존 FMS를 초고층복합건물에 맞게 고도화했다. 국토부 연구개발은 6년 사업으로 4년차를 완료하고 적용단계를 진행한다. 김 사장은 “지난 9월 4일 텔콤 측과 양해각서를 맺었다”며 “빠르면 이달 말 정식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어=건설정보모델링(BIM·Building Information Modelling)

건축설계를 기존 평면(2D)에서 입체(3D)로 한 차원 격상,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건물의 설비 교환주기나 에너지 소비량, 단열 성능 등의 관리가 보다 용이해진다. 각종 시설공사에 BIM을 도입하면 설계 과정부터 각종 시뮬레이션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다. 설계변경 요인도 줄어 공기가 단축되고 비용절감 효과도 크다. 현재 미연방조달청(GSA)은 전체 건축물 발주 물량의 30%에 BIM을 적용 중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