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금융권, 2기 차세대에선 "굿바이~ 빅뱅(?)"

금융권에서 `2기` 차세대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빅뱅(Big Bang)` 방식의 구축 방법론을 놓고 또다시 논쟁이 일고 있다. 빅뱅 방식이란 금융기업이 평균 2~3년에 걸쳐 기존 전산시스템을 한꺼번에 일괄적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것을 뜻한다.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 환경으로 바뀌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이 기간을 놓고 일명 `죽음의 터널`이라 부른다.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제1 금융권은 평균 2000억원, 제2 금융권은 평균 500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대 중·후반부터 차세대 열풍이 불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막바지 단계다. 1기 차세대에서 금융기업은 대부분 빅뱅 방식을 택했다. `차세대=빅뱅`으로 통할 정도다.

최근 기업은행, 저축은행중앙회 등이 2기 차세대 작업에 나서면서 빅뱅 방식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많은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빅뱅 방식에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경험상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도 없다. 단계적으로 조금씩 고도화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은 효율성이 낮기 때문이다.

◇금융권, `빅뱅` 논쟁 다시 불붙어

사실상 금융권에서 빅뱅 방식에 대한 회의론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정 시점에 너무 방대한 정보시스템을 새롭게 변경해야 하는 부담감과 이에 따른 기술적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수백개에 이르는 업무 시스템을 동시에 개발하는데 따른 일정 관리 등도 여러운 과제다. 이에 많은 금융기업이 1기 차세대에서 초기 계획했던 개발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빅뱅 방식은 오히려 차세대 시스템의 완성도 측면에서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며 “특히 금융환경이 급속하게 변하면서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했는데도 또 다시 변경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채널 확대, 스마트뱅킹 등 금융권의 업무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수시로 변경되는 과제들은 개별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효율적이라는 게 빅뱅 방식 비관론자들의 입장이다.

반면 옹호론자들은 이러한 업무일수록 시스템의 통합성과 연계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빅뱅 방식이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일정 시간 동안 한꺼번에 개선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효율 측면에서 훨씬 낫다는 분석이다.

◇CIO `하이브리드` 선호

금융권 CIO들은 지난 1기 차세대의 경험으로 더 이상 빅뱅 방식은 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부 애플리케이션만을 위주로 선별적으로 개선하는 단계적 구축 방식 즉 하이브리드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져서 더 이상 빅뱅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지난 1기 차세대가 한계점이었다는 게 업계 CIO들의 평가다.

그리고 재무적으로도 대규모 투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개발 인력 확보와 함께 인건비 증가로 기존 1기 차세대에 비해 20~30% 이상 더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 업계 한 CIO는 “대규모 IT 투자 대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주기 더 어려워졌다”며 “게다가 지난 차세대 시스템 구축 경험으로 금융IT 시스템을 담당하는 인력 중 위험을 무릅쓰고 프로젝트를 맡을 사람은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 CIO들은 공통적으로 인력 동원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금융권이 차세대 프로젝트에 뛰어들면서 한시적으로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 업계 CIO는 “업무별 특화, 맞춤화된 기술환경을 즉시에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빅뱅 방식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빅뱅 탈피하고 싶어도 대안은 “글쎄…”

2기 차세대에 착수한 기업은행은 이번에 현 계정계 시스템 기반인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시스템 환경으로 교체한다. 시스템 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빅뱅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기업은행은 최대한 순차적·부분적으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많은 금융기업의 CIO들이 빅뱅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어떤 방식을 택할지 아직 판가름하기 힘들다.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2기 차세대를 준비하는 기업 대부분이 기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에서 검토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은 지속적인 혁신 작업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라며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는 “전사 아키텍처를 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빅뱅 방식을 취하지 않더라도 전체 시스템의 통합성을 유지하면서 개선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단위 시스템의 개발 오너십은 현업부서에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IT부서는 아키텍처,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자원 관리 등의 업무를 중점적으로 맡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뱅 방식의 차세대 프로젝트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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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