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1>지구온난화 `서울 밭에 멜론이 자라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 한가운데 산업화를 이끈 과학 기술인이 있다. 대학·공공연구기관 뿐 아니라 기업 연구개발(R&D) 현장에서 피땀 어린 노력으로 과학강국을 세운 숨은 공신들이다. 전자신문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함께 지금까지 과학기술계를 이끈 고경력 과학기술인이 경험과 노하우를 전한다.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는 `사이언스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새롭게 시작된다.

[사이언스 온고지신]<1>지구온난화 `서울 밭에 멜론이 자라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보도를 여러 번 접했다. 우리나라 근해에서 아열대 어종이 많이 잡힌다는 보도도 보았다. 그러나 실감나지 않았는데, 우리집 마당 조그만 텃밭에 멜론이 자라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가 아열대화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조그만 텃밭 덕분에 오래전부터 소금기를 뺀 과일 껍질 등 음식쓰레기를 통에 모아 썩힌 후 밭에다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때 들어간 멜론 씨가 밭에서 싹이 자란 것이다. 매년 봄에 뿌리지 않은 참외와 수박이 자라는 것은 보았는데, 처음에는 참외인가 했더니 주먹만 하게 자라면서 거칠한 껍질을 보고 멜론인 것을 알게 됐다.

지구온난화 방지대책은 교토의정서와 발리로드맵 등으로 상당히 국제적인 규제를 가하면서 탄산가스 배출량을 국가적으로 줄일 것을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이 주도했다. 과학적인 근거를 뒷받침 해온 국제 기구가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이다. 지난달 IPCC가 발표한 제5차 기후변화 보고서의 핵심 결론 중 하나는 `인간 활동이 최근 60년 온난화의 주된 원인일 가능성이 극히 높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극히 높다`는 95% 이상 확률을 말한다. 2007년 4차 보고서에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인데, 이는90% 확률이다.

IPCC가 낸 보고서에 과학자 간 합의로 결론 난 것 같은 확률이 들어간 것은 기후보고서가 세계 과학자 2500명의 협동 작업에 의해 나오기 때문이다. IPCC 보고서를 `과학이 아니라 타협의 산물`로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당위성에 처한다. 100% 결론이 없는 상황 아래서 그나마 과학계 다수가 합의해내는 견해를 취하는 것이 차선이라고 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지구온난화 원인이 되는 탄산가스를 줄이거나 없애기 위하여 인류가 소망하고 있는 에너지이다. 깨끗한 에너지는 좋은데, 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아주 어려워 많은 과학자가 열심히 연구를 하는데도 아직 상용화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2013~2035년) 권고안은 `발전 단가가 가장 싼 원전을 더 이상 짓기 힘든 만큼, 전기료를 올려 전기 사용량을 최대한 억제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전 비중이 현상유지 수준으로 묶임에 따라 석탄·LNG·신재생에너지가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5년 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11%다. 정부가 열심히 투자하면 6% 정도까지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신재생에너지가 R&D과정임을 말하고 있다.

태양 전지는 실리콘태양전지가 많이 보급되어있으나 가격이 비싸다. 이를 대체코자하는 박막이나 유기태양전지는 가격이 훨씬 싸고 심지어 프린트로 찍어낼 수 있을 정도로 공정과 대량생산의 기틀을 잡았으나, 전환효율이 아직도 10%미만으로 낮은 기술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연료전지는 전극의 촉매에 백금이 들어가는 것이 이때까지의 많은 연구 개발 가운데서도 가장 성능이 높다. 그런데 귀중한 백금을 최대한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기 위해 카본나노튜브(CNT)를 담체로 하여 나노 입자 백금을 사용하는 등 전극촉매 성능을 높이려는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백금은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많지 않아 얼마안가 바닥이 날 지경으로 자원 문제가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기술개발은 부단하게 이루어져 연료전지의 백금 전극은 메조구조를 한 박막을 형성, 조성과 표면구조를 고안한 다중금속재료로 기존에 비해 20배의 성능 향상을 보이는 것을 미국의 아르곤연구소가 발표했다. 태양전지 효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속속 보고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환경단체는 원자력과 석탄 석유를 모두 배제한 에너지만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세계에서 제일 먼저 연료전지자동차를 국제시장에 2015년 선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광화문 앞에 현대 연료전지자동차가 약20%라도 되는 날이면 이들 환경단체들의 요구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손영목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ReSEAT 전문연구위원

youngson00@gmail.com

공동기획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