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합리적인 에너지 기술 대안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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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합리적인 에너지 기술 대안을 생각한다

고갈 위험을 맞으며 지구 온난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화석 연료. 사고 위험과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가진 핵발전소.

안전하고도 깨끗한 경제적인 에너지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안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6개 국가와 유럽 연합이 공동으로 `국제 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1리터 물로 500리터 석유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핵융합 기술 실용성을 조사해보는 연구다.

핵 융합은 핵 분열과 반대로 수소 같은 가벼운 원자핵이 충돌하며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질량 결손이 일어나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핵융합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는 핵분열에 비해 질량 단위당 3배에 이른다고 한다. 핵융합 에너지는 지구상에 풍부한 수소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장량이 제한된 우라늄을 사용하는 원자력 발전과 달리 시기적인 제한도 없다. 융합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인 헬륨은 방사능 물질도 아니기 때문에 사용 후 핵연료 처리와 같은 원자력 발전의 방사능 폐기물 처리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1985년 미·소·영·프 주도로 국제 공동 연구로 탄생한 ITER 프로젝트는 수소 원자핵의 핵융합에 필요한 1억5000도 이상의 고온 플라즈마를 생성해 일정 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융합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ITER 연구 목적은 몇 분 동안 50MW의 에너지를 투입해서 500MW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이 융합로 건설과 실험 과정에 들어갈 총 비용은 현재 150억유로로 추정된다.

이 비용은 초기 예상보다 두 배나 넘게 증가했고 연구 완료 시점까지 이 비용만으로 가능할 것인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융합로 완공 시점도 2016년에서 2018년으로 그리고 다시 2020년으로 미뤄졌다. 실제로 최초의 에너지 생산 실험은 2026년 이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로 건설 공사 첫 삽을 뜬지 20년이나 지나서야 실험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ITER를 활용한 연구의 성공이 바로 핵융합 기술의 상용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ITER 연구는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몇 분이라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생성된 에너지로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전기 에너지 생산 가능성은 2040년 이후에 DEMO라 불리는 또 다른 실험로를 이용한 연구에서 밝혀지도록 돼있다. DEMO 실험로는 이제 막 실험로를 어떻게 만들어야 될지 디자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DEMO 연구는 ITER에 참여한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2050년에나 핵융합 발전로 시제품이 나올 수 있다. 핵융합로보다 훨씬 간단한 원자로의 경우도 상업화까지 20년이 넘게 걸린 것을 생각하면 핵융합로 사용화는 요원해 보인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연합 국가는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이 온난화 위기와 석유 위기에 적절한 대응책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국가들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에 힘입어 세계 전력 공급의 21.7%가 수력, 풍력과 태양광과 바이오매스에 의해 충당되기에 이르렀다.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발전 단가가 화석 연료 발전 단가에 근접하는 것을 말하는 그리드패리티에 미국이나 중국 태양광 발전 시장이 2017년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있다. 경제 측면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가 화석 연료에 대한 대안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풍력, 태양광과 바이오매스 발전 설비들을 연계한 소위 `가상 발전소(Virtual Plant)`는 재생가능에너지 설비만으로 항상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은 지역에 필요한 만큼 지역에서 에너지 생산을 가능하게 해 지역 에너지 의존성을 덜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지역 분산형 체제는 원자핵 발전, 핵융합 발전과 같은 대형 발전 시스템이 아니고도 에너지 공급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2050년에도 실용하기 어려운 핵융합 연구에 그 많은 자원과 자본을 쏟기보다는 이미 전력을 생산하며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기술 지원이 더 합리적은 것은 아닐까. ITER에 강한 회의를 보이며 재생가능에너지 저장 기술 연구에 더 많은 연구 투자를 기획하고 있는 독일 연구부의 노선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일이다.

박진희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jiniiib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