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4>궁극의 스텔스 재료 `메타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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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차세대 전투기 도입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스텔스 기능은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산란시켜 대부분의 전파가 레이더로 되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레이더만 대충 속일 수 있을 뿐 육안 관찰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짝퉁 스텔스`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스텔스 기능은 가시광선을 포함한 모든 파장의 전자기파에도 투명해야 한다.

[사이언스 온고지신]<4>궁극의 스텔스 재료 `메타물질`

투명 장치는 고대 신화로부터 현대 영화나 소설까지 끊임없이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기게스의 마법반지, 웰즈의 `투명인간` `스타트렉`의 클로킹(cloaking) 장치, `해리포터`의 투명망토, `반지의 제왕`의 마법반지, 우리 민담의 도깨비 감투 등이 대표 사례다. 인류의 오래된 꿈은 최근 과학기술 발전에 의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물체에 투명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물체 자체를 투명하게 만들거나 다른 장치로 물체를 가려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전자는 대상물 자체를 투명 상태로 만드는 것이지만 접촉하는 물체가 투명성을 파괴하기 때문에 별로 실용성이 없다. 예를 들어 웰즈의 투명인간은 음식물을 섭취하면 투명상태가 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에 개발된 메타물질은 후자에 속하며 상당한 가능성을 보인다. 자연 상태 물질은 그것을 구성하는 원자·분자의 전자구조에 따라 일정한 패턴으로 빛을 반사하거나 굴절시킨다. 반면에 메타물질은 두 가지 이상 자연물질을 조합한 것으로서 굴절된 전자기파가 특정한 길을 따라 흐르도록 유도하는 전혀 새로운 인공물질이다.

우리가 물체를 본다는 것은 물체로부터 반사된 빛을 본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빛이 메타물질로 감싸인 물체를 만나면 물체를 타고 돌아간다. 반사되는 빛이 없으므로 우리는 물체를 볼 수 없게 된다. 빛이 물체를 타고 돌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메타물질은 음의 굴절률을 가져야만 한다.

이것은 이전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일로 메타물질 출현은 광학의 신기원을 이루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메타물질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구성 성분의 크기 척도가 빛의 파장보다 작아야 한다.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에는 파장이 긴 전파(센티미터 수준)가 대상이므로 그런 메타물질을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쉽다. 따라서 레이더가 사용하는 파장 범위를 커버하도록 다층의 메타물질을 만들 수 있다면 비교적 이상적인 스텔스 전투기 제작이 가능하다.

빛(가시광선)의 파장은 나노미터 수준이어서 센티미터 수준의 레이더 전파와 기술 차원이 다르다. 여러 기술이 시도되는 가운데 반도체의 광식각 기술을 원용해 2007년에 최초로 적색광선(λ780nm)에 작용하는 메타 물질이 제조됐다. 문제는 단색광 메타 물질은 다른 색 광선을 더 잘 반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투명성을 확대하려면 넓은 범위의 파장에 고루 작용하는 메타물질이 필요하다. 올해 스탠포드대 연구자는 초승달 모양의 내부 나노구조를 사용해 기존 파장 범위를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고 머지않은 장래에 전 가시광선 범위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독일의 칼스루에기술대는 양자메타물질 방식으로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해리포터 식 투명망토를 제작하려면 아직도 해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대면적의 유연한 메타물질의 제조가 가능하고, 운동 중에도 투명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메타물질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어도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는 비대칭성을 가져야 한다. 메타물질은 투명망토 외에도 슈퍼렌즈, 광컴퓨터, 초고속 광인터넷, 고효율 태양전지 등 응용 분야가 광범위하므로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 방문에서 임페리얼대의 투명망토 시연을 참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정부의 과학기술 관계자도 메타물질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를 기대해본다.

심건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ReSEAT 프로그램 전문연구위원

(gcshim@resea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