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7>과학을 이해하지 않는 사람은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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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과학관에 오는 부모가 많다. 부모는 아이에게 과학지식 하나라도 더 배우게 하려고 대단히 열심이다. 전시물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관심 없이 돌아다니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과학관에 다녀갔다는 것 만으로라도 아이들이 과학에 대한 어떤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사이언스 온고지신]<7>과학을 이해하지 않는 사람은 출입금지

여러 해 전에 수학을 아주 잘 하는 한 학생을 알게 됐다. 학생은 수학자가 꿈이라고 했다. 거의 5년 동안 수학 공부를 도와줬다. 고등학생이 됐을 때 그는 우수한 대학생 수준의 수학실력이었다.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 학생 희망과 부모 바람은 사뭇 달랐다. 부모는 수학이 아닌 편하고 안정된 생활을 위해 사회에서 인기 있는 전공학과를 강하게 고집했다. 이 결과는 과학을 이해하지 못한 부모와 과학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 책임이 있다는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젊은이의 정신교육을 위해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그가 세운 아카데미 현판에 써 놓은 명구 `수학을 모르는 사람은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는 지금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명문이다. 그는 수학이 과학의 기초이고 모든 이론의 기초라서 인류 문명의 근원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2400년 전에 이런 말을 했을 터다.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옛말도 있다. 사물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하면 이치(理致)를 알게 된다는 과학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과학이 중요하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에 있는 분들이 이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왜 실천에는 인색한 것일까. 어리석기도 하고 현명하기도 한 생각이지만 플라톤의 말을 빌려서 과학관 문 앞에 큰 글씨로 `과학을 이해하지 않는 사람은 출입금지`라고 써 놓으면 어떨까. 우선 과학관을 관람하는 사람 수가 대폭 증가할 것 같다.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가 과학관에 많이 몰려올 것이고, 사법·행정 계통 공무원 채용시험에서도 과학이 강조돼 필수과목이 될지 모른다.

부모 교육열도 생각해 보자. 옛 소련의 수학자 폰트랴긴은 14세 때 실명하지만 어머니의 극진한 도움으로 중등 교육을 마치고 모스크바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같은 대학에서 강의했고 위상기하(topology)분야에서 큰 업적을 낸 세계적인 수학자가 됐다. 어떤 사람은 그가 일상적인 시각 경험(3차원 이하 공간) 방해가 없어 위대한 업적을 낼 수 있었다고 본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정성과 소질을 알고 잘 키워 준 어머니 교육은 우리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우리 교육과 비교돼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정성임을 우리는 안다.

과학관에 아이와 함께 오는 부모에게 가끔 질문을 해본다. “아이가 과학을 전공하겠다면 부모로서 동의하시겠습니까.” 답은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아이 의견에 따르겠습니다.”가 대부분이고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견은 극소수다. 과학관에서 전시물을 자세히 관찰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과학을 많이 생각하고 흥미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람 중에는 재주 있는 어린이와 학생도 있다. 지금도 수학에 많은 흥미가 있고 수학공부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가진 어린 학생 몇 명을 만나고 있다. 일부는 `과학 꿈나무 키우기` 계획에 속해 있다. 나는 가능한 한 학생이 스스로 수학을 공부하게 한다. 어떤 문제는 시간이 며칠, 몇 주, 또는 한 달이 넘게 걸리더라도 도움 없이 끝까지 혼자 풀게 한다. 공부하는 태도에 있어, 수학은 중요한 학문이다, 그런데 수학이 그냥 좋아서 순수하게 공부한다면 정말 멋있는 공부가 아니겠는가.

과학관에서 공부하는 학생 중에는 수학을 놀랄 만큼 잘하는 학생도 있다. 앞으로 수학을 전공 또는 수학과 관계가 많은 분야를 전공해도 잘 해낼 것 같다. 과학관에 구경하러 오는 학생 중에는 탐구심이 강하고 과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 생각보다 많다. 부모의 올바른 교육열과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소질을 살리는 교육 제도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크게 성장할 것이다. 국가와 사회에서는 그런 교육제도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기도 하다.

주진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ReSEAT 프로그램 전문연구위원

ckch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