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1조 달러 무역시대의 주연과 조연

[그린오션포럼]1조 달러 무역시대의 주연과 조연

지난 12월 5일 제50회 `무역의 날`은 우리에게 `제2의 무역 입국 시대`를 연 뜻깊은 날이었다.

우리 국민은 이날 지난 1964년 11월 30일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반세기 만에 `무역 1조달러·최대 수출·최대 흑자`의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라는 한 편의 대하 드라마를 지켜보았다. 이 드라마의 주연이 스마트폰·메모리반도체·LCD(세계 1위)를 비롯해 조선(세계 2위), 석유화학(세계 4위), 철강(세계 6위)이라는 점에서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경제성장이 안정적 전기(電氣) 공급을 뒷받침해준 전기(電機) 산업이라는 조연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현대 산업사회에서 전기(電氣)는 물이나 공기와도 같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전기 없는 생활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전기(電機)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기를 일컫는다. 전기(電氣)를 생산해서 실제 사용하기까지 필요한 모든 기기를 만드는 게 전기(電機) 산업이다.

지난 1963년 3000달러 규모의 나동선이라는 전기(電機)를 베트남에 처음 수출했다. 이후 1993년에 10억달러를 달성했고, 동시에 미국과 아시아 지역으로 점차 다변화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매년 두 자리 이상의 꾸준한 성장률을 달성했고, 이에 힘입어 수출지역 역시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 위주에서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전 세계로 확대했다. 수출 품목도 단순 조립기기에서 초고압·IT·친환경 전력기기와 시스템으로 범위를 넓혔다.

처음 수출을 시작한 지 만 48년 만인 지난 2011년 12월 5일, 전기(電機) 산업인들은 조촐한 `송년의 밤` 행사를 열었다. 우리나라 전기 산업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자축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국내 전체 산업 중에서 전기(電機) 산업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미미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 연말까지는 약 15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출 증가율도 3년 넘게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산업 평균을 웃돈다. 어려운 무역환경 속에서도 이제는 명실상부한 수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하는 이유다.

자동차, 전자, 기계 등 타 산업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전기(電機) 제조업계에 종사하는 한사람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에 따르면, 세계 전기(電機) 산업은 2035년까지 약 22조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전력 인프라 확충과 선진국의 노후 전력 기자재 교체 등이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갖게 했다.

이제 우리 전기(電機) 산업계도 수출 100억달러 시대에 걸맞은 작지만 진정한 주인공임을 인식해야 한다. 전기(電機) 산업 각 주체가 온 힘을 기울여 신제품 개발과 수출시장 다변화를 전개하면 우리 미래는 매우 밝다고 확신한다.

중국 역사에서 한나라를 세운 주연은 `유방`이요, `장량`은 조연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이를 뒷받침해 준 `장량`이 진정한 주연이라 할 수 있다.

제자리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한 전기(電機) 산업계의 `한나라 장량`과 같은 숨은 노력이 `1조달러 무역시대`의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장세창 한국전기산업진흥회장 koema@koem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