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제치고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 첫 달성...앞으로 넘어야 할 산 적지 않아

작년 매출 점유율 1.9%P 앞질러

한국, 일본 제치고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 첫 달성...앞으로 넘어야 할 산 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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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 2위에 등극했다. 메모리 시장 치킨게임이 종식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한국이 일본을 밀어내고 미국에 이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2위를 달성했다고 20일 밝혔다.

작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4107억달러로 추정된다. 각각 소자 3179억달러, 장비 430억달러, 소재 498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반도체 소자 생산액은 500억6700만달러로 15.8%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일본은 442억7000만달러로 13.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반도체 소자 시장 점유율은 14.2%로 일본(17.5%)에 크게 뒤처졌다.

지난해 우리 반도체산업을 견인한 것은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다. 일본·대만 반도체업체들이 메모리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매출·시장 점유율이 늘었다. 작년 우리나라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52.7%로 지난 2010년 49.8%에 비해 2.9%포인트 늘었다.

반면에 일본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시장의 급부상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반도체 경쟁력을 잃었다. 지난 1988년 일본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51%에 달했지만 지금은 10% 초반대로 급락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이 반도체 개발에 나선 지 30년 만에 일본을 제친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고부가 반도체 개발에 더욱 집중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반도체산업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산적한 문제가 적지 않다.

여전히 메모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시장 규모가 메모리보다 4배 이상 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부분의 국내 팹리스업체들이 시장에서 밀려났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CMOS 이미지센서(CIS) 등 스마트폰용 핵심 칩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2012년까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갤럭시S3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자사 AP·CIS를 대부분 공급했다. 그러나 칩 성능 및 안정성이 밀려 미국 퀄컴과 일본 소니에 자리를 내줬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S4·갤럭시노트3에는 퀄컴 AP와 소니 CIS가 주로 쓰인다.

반도체 장비·소재 등 후방산업도 여전히 취약하다. 우리 반도체산업은 여전히 미국·일본의 장비와 소재에 의존하고 있다. 장비 국산화율은 20%, 소재 국산화율은 48.5% 수준이다. 핀펫(FinFET) 등 차세대 반도체 공정이 본격 도입되면 외산 장비와 소재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산업 체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세계 2대 반도체 강국`이란 타이틀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최근 3차원 반도체 등 신기술이 도입되고 있어 장비·소재 등 후방산업 경쟁력을 시급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