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윤리 간담회]인터넷 역기능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인터넷은 우리 사회에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회다 보니 집단적 사이버 폭력이나 과몰입으로 인한 생활 파탄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 큰 사회문제가 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그 중 하나다.

[인터넷 윤리 간담회]인터넷 역기능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이런 가운데 경기도가 인터넷중독대응센터를 건립, 인터넷 과몰입의 역기능 해소에 나섰다. 경기인터넷중독대응센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단독 건물에 들어섰다. 김문수 도지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전자신문과 한국인터넷윤리학회는 지난 3일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인터넷 역기능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신용태 숭실대 IT대학 교수(한국인터넷윤리학회장), 김인석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금융감독원 금융IT연구소장), 조정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장, 김대환 소만사 대표가 참석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인석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금융감독원 금융IT연구소장)

김대환 소만사 대표

조정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장

※사회=신용태 숭실대 교수(한국인터넷윤리학회장)

◇사회(신용태 숭실대 교수)=인터넷의 역기능은 2000년대 중반 발생하기 시작했다. 악플이나 신상 털기 등 사이버폭력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했다. 요즘에는 디지털 장례식까지 한다. 여기에 스마트폰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역기능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카드사 정보 유출로 사회불안이 야기됐다. 이에 국회에서는 개인신상 정보를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자는 내용으로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댓글 피해를 방지하고자 ‘잊혀질 권리’도 언급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인터넷 이용자가 지켜야 할 도리를 논의해 보자.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단독 건물에 설립한 경기인터넷중독대응센터의 역할과 개인정보보호도 논의하자.

◇김문수 경기도지사=인터넷 윤리도 사회 일부의 윤리다. 그 윤리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정에서는 자녀의 성적, 직장에서는 능률, 인생에서는 돈을 더 중시하는 풍토다. 이렇게 사회가 물신화되는 것이 문제다. 윤리와 사람, 정신이 빠지고 물질과 효율성만 따진다. 우리 사회에 인간성이, 인간교육이 없어지고 있다.

인터넷은 현실세계의 반영이다. 그 중 하나가 사이버 공간이다. 관계가 분명치 않을 뿐이다. 이 부분에서 가정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이 직장이고 사회다. 그런데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 경기도는 1인 가구가 25%나 된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사람이 너무 수단화되는 경향이다. 사회 전체도 뿌리가 뽑혀 익명성에 갇혀 산다. 익명성이 극대화되다 보니 사이버 공간이 난장판이 된다. 우리 사회의 근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회=핵심을 짚어주셨다. 인터넷도 인간을 위한 수단이다. 목적이 될 수 없다. 미국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면 ‘아 유 오케이?’ 하고 사람의 안부부터 묻지만 우리는 차량부터 살핀다. 수단이 목적화됐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윤리도 인간성 회복운동으로 승화돼야 한다.

악성댓글을 조사해 보면 재미로 남을 괴롭히려는 것이 많다.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토론이 되지만 재미로 하는 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좋고 싫음의 문제다. 페이스북 메뉴에 ‘라이크’만 있고 ‘디스라이크’는 없다. 찬반을 얘기하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칭찬만 한다. 의미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학회에서 잊혀질 권리와 사이버 폭력을 연구한 적이 있다. 가정 파괴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결손가정 아이들이 사이버 폭력에 물들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는 다문화가정이 많다.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체험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조정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장=작년에 안산 다문화센터에서 교사와 어머니, 아이를 대상으로 인터넷중독 예방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곳에서 힐링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인터넷 대안 활동으로 체험프로그램도 한다. 마사회 지원을 받아 승마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효과가 아주 좋다. 인터넷 과몰입이 심했던 아이가 승마교관이 되겠다며 승마학교에 들어가기도 했다. 경기도에는 이런 자원이 많다. 다양한 자원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겠다.

◇김인석 고려대 교수=2000년대 초 처음 인터넷뱅킹을 도입할 때는 순기능만 생각했다. 편의성만 생각해 보안이나 사고는 신경 쓰지 않고 확대했다. 그러다 보니 2005년부터 역기능으로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인터넷뱅킹이 금융거래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이런 점을 노린 사이버 공격이 많았다. 최근 카드사 800만건 정보유출 문제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편리성보다 보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이제 은행이 보안솔루션이나 시스템 접근 시 여러 가지를 요구해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금융위 대책도 과거와 달라졌다. 조금 불편해도 안전성 위주로 가자는 방향이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금융기관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많이 사퇴했다. 이제 사고가 생기면 CEO가 바로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투자를 늘리고 직원 교육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정보보호 패턴도 바뀌고 있다. 그동안에는 고객에게 알아서 신경 쓰라고 했던 것을 이제는 금융사가 맡아 간다.

◇김대환 소만사 대표=개인정보는 문화와 윤리, 국격 문제다. 서로 존중해야 할 부분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사회계약적인 문제다. 10년 전 유명 여배우를 CF모델로 썼던 기업 관계자가 여배우의 광고상품 이용 여부를 들려준 적이 있다. 또 자살한 여배우가 치료받던 병원의 진료 기록에 여러 명의 의사가 접근해 치료 내역을 몰래 본 흔적도 나왔다.

요즘에는 개인정보로 돈을 벌려는 사람이 많다. 마케팅에 활용하는 정도는 양반이다. 중국 해커가 성형외과를 해킹해 성형 전후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사례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대부분은 대리점이나 소상공인에게서 많이 일어난다. 소상공인의 보호 수준을 높여야 전체 수준이 높아진다. 국내 소상공인 대부분이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의 주요 임무가 될 듯하다.

◇김인석 교수=최근 연예인 인터넷 도박 사건이 매스컴을 타면서 인터넷 도박에 빠지는 사람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뉴스가 호기심을 부추긴 것 아닌가 싶다. 이런 부분도 대응해야 한다.

인터넷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다 보니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몇 년 전에는 악플을 막자는 취지로 인터넷 실명제를 추진하기도 했다. ‘최진실법’이라고 불렸다. 이번에는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가 됐다. 결국은 균형의 문제다. 무엇보다 관심이 중요하다.

◇사회=예방이나 대응도 중요하지만 중독 치유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가 더 강조돼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여론을 좌우하는 ‘디지털 권력’도 생겨났다.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더 커질 것이다.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권력체계를 통합할 사이버리더십이 필요하다.

◇김문수 지사=인터넷에서 피해를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지금은 피해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 인터넷 피해를 신고하면 원스톱으로 처리해 줄 종합 창구가 필요하다. 사회정의는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공적기관이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공공책무다. 이 분야 선진제도와 기술적 방법을 잘 아는 교수들이 법제화해 국회에서 입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사회=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ISA 118’ 서비스가 있다. 해킹이나 스팸, 개인정보 침해를 신고하면 도와준다.

◇김문수 지사=대학에 ‘혼자 있을 때 몸을 삼가라’는 말이 있다. ‘신독(愼獨)’이다. 윤리의 기본이 되는 말이다. 젊은 층은 이런 말을 잘 모른다. 사이버 공간이라고 해서 아무도 안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양심이 보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기도라고 한다. 자기 내면에 하는 기도다. 신문지상에 젊은이에게 필요한 명언을 전달해 주는 코너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이버공간에도 공권력이 있어야 한다. 또 자기 규율의 정신으로 양심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가 인터넷 윤리 문제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조정아 센터장=신독을 인터넷 시대에 맞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옛날 방식으로는 안 먹히니 현재의 감수성에 맞게 운동해야 한다. 클린콘텐츠국민운동연합에서 깨끗하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자는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8년에 서영훈 전 적십자총재께서 의장을 맡아 만들었다. 전국 지자체와도 협력해 클린콘텐츠 공모전과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실천운동이 필요하다.

◇김문수 지사=모든 윤리의 원리는 자기를 들여다보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정심(正心)’이라고 한다. 병적인 사람들은 이게 잘 안 된다. 공권력과 병원이 도와줘야 한다.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서) 그 시스템을 확립해줘야 한다.

◇김대환 대표=소상공인 정보 유출이 많다. 우리 회사에서 재능기부 형태로 개인정보보호솔루션을 소상공인에 무상으로 제공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신청이 열 건에 그쳤다. 아직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다. 아니 자신이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사이버 공간이 커지다 보니 공권력을 세워야 한다. 그런 게 문화운동이다. 이를 담당할 교육체제도 만들어져야 한다. 교육부터 하고 안 되면 제재하는 시스템이 같이 가야 한다.

이제는 정보화와 정보보호가 함께 가야 한다. 최근 벌어진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건으로 정보보호가 기관장 위치까지 위협하는 책임과제가 됐다.

◇조정아 센터장=김문수 지사께서 도정을 맡아 온 지난 8년간 경기도 정보화 부문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과 단위 조직이었던 정보화담당관이 국 단위 조직으로 커졌다. 하는 일도 많이 늘었다. 이제 조직과 인프라, 보안 시스템 등이 자리를 잡아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마무리하는 일만 남았다.

◇김문수 지사=민원 부문이 굉장히 좋아졌다.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민원을 많이 처리해줬다. 바로 연락해 준다. 특히 바쁜 젊은이들이 버스타고 가면서 많이 이용한다.

사실 난 정보화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담당자들이 해달라는 것은 다 해줬다. 특히 여성능력개발센터는 해외에서 세계적인 상도 많이 받았다. 그만큼 잘한다. 더 할 것이 있으면 뭐든지 올려 달라. 무조건 오케이다.

◇사회=오늘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셨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정리=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