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방통위원장 “차기 위원장은 대통령의 인사권 문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5일 “차기 위원장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문제”라며 초연한 입장을 개진했다. 방통위 직원에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것도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월례조회에서 “3월은 방송통신위원회 2기가 종결되고 새로운 3기 방통위가 출범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3기 방통위 상임위원에 관계없이 공무원은 바람이 불어도 꿋꿋하게 가는 초심으로 뚜벅뚜벅 자기 일을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어 “2기 위원에겐 종편 재승인 심사 등 주어진 임무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쌀쌀해진 날씨를 언급하며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내일이 경칩인데 개구리가 나오면 얼어 죽을 것 같다”며 “하지만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 겨울이 오는 등 추웠다 더웠다 하며 정상적으로 돌아간다”고 언급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월례조회 발언은 2기 방통위의 차질 없는 업무 수행을 당부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이 위원장의 연임 여부 등 거취는 알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24일 이계철 전 위원장 후임으로 취임한 이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25일까지다. 당초 연임이 확실시됐지만 이날까지 연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위원장은 국회 청문회 대상으로 대통령이 국회에 위원장 인사 청문 요청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청문회 등을 거쳐 20일 이내에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해야 한다. 오는 25일까지인 이 위원장의 임기를 감안했을 때 업무공백이 없으려면 약 20일 전인 5일에는 결정이 나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의 재신임 결정이 늦어지면서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방송통신계에서는 이 위원장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문제 등에 대처가 미흡했고, 국회 미방위에서 관련 법안이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한 점 등으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잃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또 미방위 업무보고에서 KBS에 사표를 내지 않고 청와대 대변인직을 수락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KBS 윤리규정을 위배했다”고 한 발언에 청와대가 불쾌해했다는 소문도 경질설에 힘을 보탰다.

이경재 위원장의 연임 여부에 청와대는 말을 아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아무런 언질이 없다”며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데도 박 대통령의 언급이 없다보니까 여러 추측이 나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