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게임이 가진 긍정적 에너지에 주목하라

[콘텐츠칼럼]게임이 가진 긍정적 에너지에 주목하라

2054년 워싱턴. 손짓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며, 쇼핑센터를 지나가는 사람의 망막을 스캔해 그의 기호도와 감정 상태, 소비 패턴을 읽어 필요한 물건을 자동으로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눈앞에 펼쳐 놓는다. 건물 사이에서는 무인운전 자동차가 자동으로 이동한다. 필립 K 딕의 동명 SF 소설을 영화화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려낸 미래는 2014년 현재부터 따져도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모든 기기는 자체 ‘소셜 네트워크’를 갖고 정보를 공유하고 종합하며 자동 제어와 활성화를 수행한다. 사람들은 점점 더 서로 협력하는 기기들이 결정을 내리는 세상에서 살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사물 간의 능동적 통신, 즉 M2M(Machine to Machine) 또는 IoT(Internet of things), 우리말로는 사물인터넷의 기본 개념이다.

바야흐로 주위의 모든 물건이 인터넷을 통해 지능을 갖고 주인에게 말을 걸어오는 때가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일은 단순히 라이프 패턴을 모으고 분석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분석을 통해 추출된 데이터는 사용자의 의미 있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특별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바로 일에 재미를 부여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즉 게임화 과정이다.

사물 인터넷과 게이미피케이션의 조합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난다. 체중계는 사용자의 체중을 기록하고 나의 친구들에게 공유된다. 내가 쓴 다이어트 노하우가 전파되고, 댓글 등을 통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 그리고 카카오 게임하기 순위가 바뀌듯 나의 순위도 바뀐다. 다이어트라는 외롭고도 힘든 여정이 함께 즐기는 재미난 소셜 게임으로 변모하는 지점이다.

건강을 위해 자전거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속도와 주행거리, 주행시간 등이 기록된다. 다른 사용자와의 경쟁은 물론이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경쟁할 수 있게 한다. 적절한 보상 메시지를 받고, 초반 성취감을 느끼는 구간에서 갈수록 한계 달성 구간 등을 늘리는 등 ‘지속적으로’ ‘도전 가능하도록’ 설계된 소셜 게임을 즐기면서 사용자는 처음에는 하위 그룹에서 시작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상위 랭킹으로 이동하는 즐거움을 맛본다.

무엇보다 개인의 기록 흐름을 탐구해 그 흐름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순수한 노력만으로 성장이 어려운 구간에서는 노력을 멈추지 않도록 적절하게 제안하고 유도하는 것은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명민하게 반응해, 내 의지에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일은 나 자신이 특별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소셜미디어의 혁명은 이러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인 위신과 과시, 경험 공유, 그 무엇이든 인간은 자신의 성공을 나누고 삶에서 힘겨운 고난을 직면했을 때 주변 사람들과 나눠 지혜롭게 넘기기를 원한다.

내 주변의 사물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서로 간의 통신을 통해 정보를 모아 분석해주고, 기록된 정보는 나를 둘러싼 나의 지인들에게 공유되는 사회. 사물 인터넷과 게임화가 유기적으로 연동된 그 사회에서 ‘나’라는 작은 객체는 무엇이든 기꺼이 몰입하고 즐기는 주인공이 된다.

게임은 이제 휴대폰으로 가볍게 즐기는 놀이의 일종에서 향후 미래 산업의 근간이자 핵심으로 성장해 우리 삶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게임의 긍정적인 에너지에 주목한다면, 게임에 대한 이해가 미래 산업에서의 핵심적인 경쟁력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 될 것이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preneur@gamei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