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AI, 개도 전염 `비상`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개가 10마리를 넘어섰다. 현재 유행 중인 AI 바이러스(H5N8형)의 이종 간 전파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조류에서 포유류인 개로 이종 간 감염이 가능하다면 포유류인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I, 포유류인 개가 왜 걸렸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25일 AI가 발생한 농가에서 기르던 개·돼지의 AI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경기도 충남 천안 농가 1곳과 부여 개 사육농가 1곳의 개 12마리에서 AI 바이러스 항체(H5)를 확인했다. 경기도는 AI가 발생한 안성시 미양면 오리농장 1곳에서 기르던 개 3마리에서 AI 바이러스 항체가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AI 항체가 확인된 개는 지난 11일 천안 산란계 농가에서 키우던 개 1마리를 포함, 모두 16마리로 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AI 항체가 나온 개는 닭이나 오리 폐사체를 먹고 감염됐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AI 감염 개가 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AI에 감염돼 폐사한 오리를 먹고 호흡기로 바이러스가 들어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AI는 통상 닭·오리 등 가금류의 분변이나 깃털 등 직접 접촉해야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감염된 개 모두 ‘무증상 감염’으로 확인됐다. 무증상 감염은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왔지만, 발열 등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채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물질인 항체가 형성된 상태를 말한다.

AI 역학조사위원장인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개가 자연적으로 AI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 삶지 않은 AI에 걸린 폐사체를 먹고 AI에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AI에 감염된 개가 AI를 전파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닭이나 오리 폐사체를 먹은 개들만 AI항체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천안에서 AI에 감염된 개는 3마리가 같이 사육되고 있었는데 1마리만 AI에 감염됐기 때문에 개에서 개로 AI가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물론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지만 개가 가금류를 먹었을 때만 AI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 감염 가능성은?

방역 당국은 사람이 AI에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유행 중인 AI 바이러스는 H5N8형으로 인체감염 사례가 지금까지 없다고 밝혔다.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된 동남아시아·중국 등지에서 발생한 H5N1형이나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H5N9형과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남아시아·중국에서 사람이 AI에 감염된 이유는 사람의 거주지가 조류 사육환경과 아주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가금류 사육지와 인간의 거주지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고 우리나라는 AI 가능성이 있는 조류를 모두 살처분하기 때문에 인간이 AI에 걸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번 AI와 관련해 5만명 이상이 매몰처분 등 방역에 동원됐지만, 인체 감염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에서 AI 일일상황점검회의를 통해 방역·농장관계자 등에 대한 감염 여부를 꾸준히 검사하고 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개와 사람은 같은 포유류지만 사람에 대한 위험성까지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며 “포유류도 종류가 다양하고 사람과 개의 연관성은 아주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