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하루 판매량 7000대가 대박이라고?

[데스크라인]하루 판매량 7000대가 대박이라고?

“상식적으로 ‘갤럭시S4 LTE’와 큰 차이도 없고, 방수가 필요하면 ‘갤럭시S4 액티브’ 사면 됩니다. 이들이 실구매가가 갤럭시S5보다 훨씬 저렴한데, 누가 갤럭시S5를 삽니까. (보조금 많이 줘서) 17만원에 풀리지 않는 한 한국에서 제값주고 살 사람 없다고 봅니다.”

갤럭시S5 조기 출시 이후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다는 언론 기사에 올라온 댓글이다. 과거 갤럭시S 시리즈가 나오면 예약을 걸고 며칠 기다려야 구매할 수 있던 풍경과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언론 보도에 이어 애널리스트들도 갤럭시S5 판매가 부진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았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 몇몇 언론의 보도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갤럭시S5가 사업정지로 얼어붙은 시장 환경에도 하루 평균 7000대 안팎 팔리며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조금이 없어도 품질 우수한 제품에 출고가가 저렴한 영향’이라는 친절한 분석까지 곁들였다. 이런 내용의 판박이 기사는 지난 3일 약속이나 한 듯, 여러 신문에 비교적 비중 있게 실렸다.

일주일도 안 돼 언론의 논조가 정반대로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독자들이 의미심장한 해답을 내놓았다. ‘삼성이 또 언플(언론플레이) 시작했구나’ ‘재고만 쌓이는구만. 정말 이런 언플 지겹다’ 등과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하루 평균 판매량 7000대는 삼성전자나 통신사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이것이 사실이라고 치더라도 이 수치가 과연 시장 선전을 나타내는 지표인지 따져봐야 한다. 과거 갤럭시S 시리즈 판매량만 들춰보면 근거는 명확해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3가 출시됐을 때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당시 갤럭시S3 출시 첫 날 통신 3사 개통량은 하루 5만대다. 갤럭시S5 판매량 7000대보다 무려 7배나 많다. 물론 사업정지로 SK텔레콤만 신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는 힘들다.

하지만 LG전자나 팬택과 같은 후발주자의 전략 스마트폰도 초반엔 하루 1만대 가까이 팔린다. 7000대는 명함조차 내밀기 부끄러운 숫자다. 언론들이 이런 초보적인 데이터조차 검증하지 않았거나 몰랐다면 일종의 직무유기다. 독자들이 꼬집은 것처럼 진짜 보이지 않은 손에 영향을 받았다면 경제 권력에 저널리즘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갤럭시S5 판매가 부진한 원인을 놓고 말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대체로 일치하는 것은 눈에 띄는 혁신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갤럭시S5의 특징으로 꼽히는 지문인식 기능은 이미 팬택과 애플이 먼저 적용했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는 6개월 전 출시된 아이폰5S의 64비트보다 오히려 느린 32비트다.

삼성전자의 혁신이 한계에 부딪힌 것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갤럭시S 시리즈는 연간 5000만대 이상 팔리는 메가 히트 모델이다. 당연히 대량생산이 검증된 부품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양산성 때문에 적용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모험을 감행하면 어김없이 수율 문제가 터진다. 그렇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했을 때 결과는 판매 부진으로 나타난다.

얄팍한 언론플레이로 소비자들을 호도하던 시대는 끝났다. 본원적인 제품 경쟁력이 아니면 똑똑한 소비자들은 외면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다.

장지영 정보방송과학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