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콘텐츠산업 미래 신대철에게 물어보라

담담했다. 그러나 절절했다. 록 기타리스트며 작곡가인 신대철이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이랬다. 한마디 한마디에 K-팝 한류에 가려진, 앙상한 뼈만 남은 음악 산업 현실이 드러난다.

[신화수 칼럼]콘텐츠산업 미래 신대철에게 물어보라

그의 주장을 간추리면 이렇다. 음원서비스 등장 이후 음악인들은 산업 피라미드 최하층에서 희망조차 잃은 채 살아간다. 2014년 최저시급이 5210원인데 음원을 팔아 벌려면 965명이 내려 받거나 4만3416명이 스트리밍을 해야 한다. 지난해 음원서비스 업체가 가져가는 돈 가운데 20%를 떼어줬지만 음악인 몫으로 20% 정도 더 떼어줘야 최소한 공정하다. 하지만 주주 이익 때문에 이렇게 하지 못할 테니 협동조합 형태로 독립 음원서비스 업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의 대안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음악인이 ‘언젠가는~’을 외치는 꿈과 그 일에 대한 사랑마저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빨리 고치지 않으면 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K팝 한류 스타도 큰 공연을 자주 뛰지 않고 음원만으로 먹고살기 힘들다.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출판, 미디어, 게임, 애니메이션·웹툰, 패션·디자인, 캐릭터까지 콘텐츠 산업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구조적 문제가 있다. 바로 창작자가 산업 한복판이 아닌 변두리에 내몰렸다는 점이다. 창작자부터 의욕이 없는데 어떻게 산업을 키울 수 있겠는가. 정말 그러한지 의심이 들면 인터넷을 검색해 보라. 관심 분야 창작자 커뮤니티에 가면 이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생생하다.

그 다음날 오전, 경기도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문화융성위원회가 열렸다. 어린 학생까지 참석해 콘텐츠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콘텐츠 마이스터고 설립과 한중 합작펀드 조성부터 금융세제·재정 지원, 인재양성, 글로벌 한류까지 다양한 정책이 나왔다. 모두 절실한 정책들이다. 제때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정거래환경 조성과 저작권 존중이 시급하다. 창작자 의욕과 처우와 직결된 문제라서 그렇다. 갑을병정의 ‘병’ 쯤에 있는 콘텐츠 개발업체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데 ‘정’인 창작자를 어떻게 대접하겠는가. 이 점에서 ‘창의성이 콘텐츠 생명’이라는 박 대통령 발언을 주목한다. 그는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 크게 성공한 콘텐츠 작가 수입이 고작 2000만원이라고 언급하며 저작권 문제 개선을 요구했다. 문제의 음원가격 결정에 창작자 입장 반영도 주문했다.

창의성을 가로막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정부가 고치기 앞서 콘텐츠산업 ‘갑’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이들은 경쟁자가 없다고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지만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정보통신기술(ICT) 고도화로 그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미국 에어리오라는 회사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지상파방송을 값싸게 보여주는 서비스로 불과 2년 만에 지상파 방송사들을 벌벌 떨지 않는가.

더 무서운 것은 콘텐츠 직거래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창작자와 소비자 간 직접 콘텐츠를 주고받는다. 아직 미약한 수준이나 소셜 펀딩 사이트나 커뮤니티에 올라온 콘텐츠 제작 아이디어 공유와 투자에서 그 조짐이 보인다.

‘갑’은 과실을 독점하지 않고 나눠야 그 지위를 유지한다. 힘도 더 키울 수 있다. 산업 피라미드가 아니라 콘텐츠 생태계 꼭지점에 서라는 얘기다. 창의성이라는 무형 자산이 전부인 콘텐츠 산업이다. 창작자야말로 원천이다. 창작자들이 계속 꿈을 꾸지 않으면 산업 근간이 무너진다. 창작자는 물론이고 ‘갑’과 ‘을’마저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한 록 음악인의 절규는 그래서 경고로도 들린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