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킷 브레이커` 없는 이동통신 시장 만들어야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는 전기 장치에 전류가 과다하게 흐를 때 그 전기 회로를 자동으로 끊어주는 부품이다. 과전류로 인한 화재 발생을 예방하는 장치다. 주식 시장에도 쓰인다. 주가 급등락으로 인해 시장이 요동할 때 주식매매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켜 안정화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제 하반기 중 이동통신 시장에도 적용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동통신 3사 대표들은 어제 만나 서킷 브레이커와 같은 번호이동 자율제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번호이동이 과열되면 이동통신사업자가 전산망을 한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과열 판단 기준은 2만4000건이다. 3사별 적용 비율과 차단 기간과 같은 세부 계획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불법보조금이 판을 치는 이동통신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불법 행위는 이동통신사업자가 아닌 일선 판매점에서 많이 발생했다. 또 본사가 주도해도 입증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본사가 영업정지를 맞아도 피해를 판매점이 봤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전산망을 직접 관리하는 사업자에게 온전히 책임을 돌릴 수 있다. 말이 자율 규제이지 사실상 강제 규제다. 다만 정지 기간에 소비자와 판매점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사업자들이 새 제도 시행에 공감했지만 세부 방안에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정부는 합리적인 안을 제시해야 사업자들도 수긍해 말 그대로 자율 규제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서킷 브레이커 도입은 불법보조금으로 인한 이동통신 시장 과열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대로 보여준다. 과징금, 영업정지와 같은 사후 처벌이 잘 먹히지 않으니 나온 사전 예방 조치다. 자유로운 시장에서 사전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업자들은 조금 부끄러워 할 일이다. 더 이상 이러한 추가 조치가 나오지 않도록 사업자들 스스로 시장을 안정화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불법보조금을 동원하는 경쟁이 아니라 요금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 서킷 브레이커가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이 제도의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