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동글형 OTT 시장 참전 가시화···방송업계 시장경쟁 예고

지상파 N스크린 서비스 푹(pooq) TV와 다음TV가 동글형 오버 더 톱(OTT) 서비스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구글 크롬캐스트를 시작으로 동글형 OTT가 방송업계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으면서 국내 유료방송사업자와 셋톱박스 전문업체가 잇따라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콘텐츠 파워를 지닌 지상파와 OTT 기술력을 보유한 다음TV가 손잡으면서 향후 방송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TV는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플랫폼에 푹TV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한 동글형 OTT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HCN, CJ헬로비전 등 유료방송사업자가 이미 자사 플랫폼·콘텐츠를 활용한 동글형 OTT를 선보였거나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상파 콘텐츠를 중심으로 구성된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TV 관계자는 “이르면 올 하반기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동글형 셋톱박스도 검토하고 있는 신제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푹TV 관계자는 “다음TV 셋톱박스에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맺은 기존 공급 계약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양사가 동글형 OTT 개발을 위해 별도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다”며 “다음TV가 동글형 제품을 출시하면 다양한 스마트 앱과 함께 푹TV 앱을 기본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OTT는 다음TV, 곰TV 등 통신·방송사가 아닌 사업자가 인터넷망 기반 셋톱박스를 활용해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손가락 크기 동글형 셋톱박스는 TV HDMI 단자에 꽂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시청자 편의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박스형보다 부품 소모량이 적어 제조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OTT 사업자는 물론이고 유료방송사업자, 셋톱박스 업계 등이 동글형 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다.

업계는 푹TV와 다음TV가 동글형 셋톱박스를 선보이면서 윈윈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미디어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광고 매출이 축소된 지상파는 OTT 시장에 콘텐츠를 제공하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했다는 분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2013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DMB 포함) 광고 규모는 지난 2012년 2조1867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다음TV는 지상파 콘텐츠를 자사 동글형 OTT 서비스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쟁업계와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송시장 구조 특성상 아직까지 OTT 서비스는 보조적 방송 서비스라는 인식이 크다”며 “하지만 유료방송사업자, 지상파, 셋톱박스 전문업체 등이 OTT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시장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