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톱밥 수입에 연간 4000억 외화 샌다

발전용 우드펠릿 수입에 연간 4000억원에 가까운 외화가 새어나가고 있다. 발전회사가 신재생에너지의무화제도(RPS) 의무 이행량을 맞추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은 지역민원이나 경제성 등 개발제한이 있어 RPS 의무이행량 수준의 대규모 개발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발전5사가 RPS 의무량 이행을 위해 우드팰릿을 수입해 석탄과 섞어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발전5사가 RPS 의무량 이행을 위해 우드팰릿을 수입해 석탄과 섞어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올해 발전5사가 구매 예정인 우드펠릿은 총 144만톤이다. 우드펠릿은 톱밥을 작게 뭉친 것으로 대부분 발전용 연료로 쓰며 국내 생산량이 극히 적어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다.

남동발전이 62만톤 정도로 가장 많고 남부발전 36만톤으로 뒤를 잇는다. 중부발전과 서부발전이 20만톤 정도로 비슷하고 동서발전이 가장 적다. 최근 우드펠릿 가격이 톤당 250달러 수준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발전5사가 연간 3722억원(환율 1034원 기준)을 우드펠릿 수입에 쓴다는 것이다.

발열량 기준으로 석탄보다 세 배 비싸다. 우드펠릿 가격이 예전에 비해 10배 정도 올랐지만 여전히 과징금에 비해서는 경제적이라고 발전회사 측은 설명했다. RPS 과징금을 감안하면 톤당 30만원까지는 우드펠릿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석탄의 네 배 값을 주고 톱밥을 수입해도 과징금보다는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의미다.

발전회사가 우드펠릿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남동발전과 남부발전을 시작으로 중부발전과 서부발전이 도입했고, 올 6월부터는 동서발전도 가세한다. 발전회사가 앞다퉈 우드펠릿 도입하는 이유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일반적인 신재생에너지로는 RPS 의무량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드펠릿은 석탄화력발전소에 3~5%가량 섞어 태운다. 혼소율을 5%로 가정하면 500㎿ 발전설비 기준으로 25㎿를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것과 같다. 석탄화력은 쉬지 않고 가동되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95% 수준에 달한다. 15~25%에 불과한 태양광·풍력발전 100㎿ 수준의 설비를 갖추는 것과 비슷하다. RPS 의무이행량 중 20~50%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발전소 용지 매입에 따른 주민 반대나 규제도 없어 발전회사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꼽고 있다. 발전회사 한 고위관계자는 “태양광이 RPS 의무량 중 10%로 제한돼 있는 상태에서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으로 100%를 채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 우드펠릿을 사는 데 외화를 낭비하는 것보다 차라리 과징금을 우리나라 정부에 내는 게 국가적으로 이익이지만 공기업이 정부 정책에 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에서도 우드펠릿으로 신재생에너지원이 쏠리는 것을 우려해 사용량 제한을 검토 중이다. 우드펠릿을 비롯한 목질계 바이오연료 사용량을 RPS 의무량의 30% 이하로 묶는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는 25%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상반기 내 관련 공청회를 열고 이르면 하반기부터 일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RPS는 신재생에너지원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쏠림현상이 생겼다”며 “2017년까지는 30% 이내 혼소한 양만 RPS 이행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 연간 총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공급토록 의무화한 제도다. 해당 발전사업자는 연간 의무량을 채우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