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사후약방문

[프리즘]사후약방문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으로 조선 인조 때 학자인 홍만종의 문학평론집에 나오는 말이다. 큰일이 잘못된 후 이를 바로잡으려 할 때 주로 사용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망우보뢰(亡牛補牢)처럼 뒤늦게 대책을 마련한다는 부정적 의미다.

최근 사후약방문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침몰을 놓고 나온 정부 대책이 그것이다. 정부는 세월호 인명구조에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계속 뒷북만 쳤다.

“좀 더 신속하게 구조 전파가 이뤄졌으면” “좀 더 빨리 더 많은 구조 인력과 시설이 동원됐으면” “좀 더 빨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 줬으면”이라는 탄식이 사고 현장에서 울려 퍼진다.

정부는 우왕좌왕했고 국민은 울었다.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재난이 처음도 아니다. 대형 해양재난만 꼽아도 멀게는 1970년 319명의 생명을 앗아간 남영호 침몰 사고부터 가까이에는 1993년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해페리호 침몰사고까지 수차례 겪었다.

대형 재난을 겪을 때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다시는 이러한 참사는 없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재난 예측과 신속한 대응 체계도 갖추겠다고 밝혔다.

수십년이 지난 현재 정부는 여전히 재난 컨트롤타워도, ICT 기반 재난 대응체계도 없다. 그저 40년 전 모습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사용하던 사후약방문식 대처라도 과거 재난이 발생됐을 때 시행했더라면 오늘날 세월호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가 수습되면 또 다시 각종 재난대책을 쏟아낼 것이다. 이미 해양수산부는 범정부 지능형 해양재난통합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너무 작은 예산으로 당초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만큼은 사후약방문 식 대처라 하더라도 반드시 최적의 재난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그게 국민의 바람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