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기술 정책의 새로운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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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기술 정책의 새로운 지평

정부가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에서 새로운 전기자동차 보급 정책을 내놓으면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미 2010년 나온 ‘그린카 산업 발전 전략’에서 2015년 친환경차 120만대 생산, 국내 시장 21% 점유 달성을 목표로 내건 바 있다. 이 전략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 2011년부터 구매보조금 지원,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의 정책을 실행하며 전기차 보급에 주력해왔다.

이 같은 정부 의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 규모는 현재 2300대 규모에 머물러 있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3월 전기차 보급 활성을 위한 보완 대책을 내놓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전기차 연구개발 비용으로 200억원을 쓰기로 하는 한편, 전기차 구매 기관이나 개인에게 1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개별소비세, 교육세, 취득세 등 세제 감면 혜택과 더불어 충전소 확충, 복합 멀티형 비상용 급속충전시설 확충 등 전기차 작동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방안도 아울러 제시했다. 이번 정책은 개인 소비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세제 혜택도 추가했으며 무엇보다 인프라 구축 방안을 더 다양화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의 확대가 이와 같은 보조금 지원과 인프라 구축만으로 가능할까? 신기술이 확산돼 기존 기술을 대체하고 지배적인 기술로 정착해가는 과정을 연구해온 혁신학자, 기술사회학자와 기술사학자들은 기술정책이 이보다는 훨씬 포괄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술을 사회기술시스템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이들은 전기차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구매가격 인하를 넘어선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 증가 전략, 연료세 부과 등을 통한 내연기관 자동차 규제 강화, 전기충전시스템 표준화를 위한 국제 협력 등이 아울러 모색돼야 한다. 신기술 개발, 시장 형성을 넘어 소비자 문화, 관련 법제와 국제 정치 등 기술 작동에 필요한 사회기술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발간한 전기자동차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전기자동차 소비자에 대한 전략이 눈에 띈다. 정부 보조금 지원으로 구매 가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소비자에게 전기차의 친환경성 정보가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피크 시간대 전력 소비 절감 효과, 연료비 절감, 온실가스 절감 등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부각시켜 소비자의 전기차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를 높이는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친환경성과 아울러 전기차 기술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의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전기차에 관한 최신 기술 정보가 갱신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전기차에 대한 낡은 이미지(심각한 배터리 기술 문제를 지닌 자동차)를 갖게 돼 구매 의욕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의 운전 패턴 연구 역시 강조되는데, 이들 패턴 연구는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반영될 수 있다. 전기자동차 운전자는 근무지에서 충전하는 것을 선호하고, 공공주택에 설치된 충전소 역시 운전자에게 편리함을 준다. 이런 소비자 연구 데이터들은 공공 충전소 계획에 적정선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편, 소비자가 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럽에서는 이를 전기차 기반의 카셰어링 제도 추진 정책으로 실행하고 있다. 카셰어링 제도를 통해 일반인이 저비용으로 전기차를 이용해 기술에 대한 신뢰가 축적될 수 있다. 이런 신뢰는 전기차에 대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밖에 충전 시스템에 대한 국제적 표준화 등 국제적인 기술 정치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들 표준화가 배터리 기술의 안정성, 효능 증대를 가져와 전기차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는 전기자동차 비중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14%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각국의 환경오염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자동차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면서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미래 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진입을 위해서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공적인 정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보조금과 인프라 확충을 넘어서는 사회기술시 스템적 통합 정책 구상이 필요해 보인다.

박진희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 jiniiib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