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벤처가 아날로그 감성을 더해 경쟁력을 높였다

디지털 벤처가 아날로그의 섬세함을 더해 경쟁력을 높인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독특한 비즈니스모델을 제조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수작업으로 처리해 사용자 감성을 배려하고 신뢰도를 높인다.

IT와 수작업 접목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배달 앱이다. 업계 쌍두마차인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도 서비스에 수작업이 들어간다. 두 업체 모두 앱으로 고객에게 주문을 받고 전화로 주문 내역을 개별 매장에 전달한다. 최첨단 스마트폰 서비스 뒤에서 사람에 의존하는 원시적 방법이라는 오해도 있다. 하지만 사람 손을 쓰는 이유는 식당을 배려하기 위함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하는 배달의민족은 문자로 주문을 처리하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5월에는 앱으로 100% 주문 절차를 끝내는 서비스도 선보인다. 그럼에도 별도 콜센터는 계속 운영한다. 성호경 우아한형제들 홍보팀장은 “여전히 스마트폰이 낯선 일선 점주 상당수가 전화 주문을 선호한다”며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점주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요기요 역시 앱 자동주문과 전화 주문 연결을 병행한다. 앱 자동주문이 70% 이상이지만 여전히 콜센터를 운영한다. 이유는 배달의민족과 마찬가지다. 박지희 요기요 부사장은 “앱보다 전화를 선호하는 가맹점주 성향을 고려한 접근”이라며 “서비스 초기 요기요에서 발생한 주문이라는 것을 점주에게 인지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명함 관리 앱 ‘리멤버’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앤컴퍼니도 수작업이 서비스 핵심이다. 이미지 스캔으로 명함을 저장하는 여타 앱과 달리 리멤버는 고객 명함을 직원이 손으로 직접 입력한다. 언뜻 기술력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최근 벤처캐피털에서 1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다른 앱이 사용하는 광학문자인식(OCR:Optical Character Reader)기술은 글자 폰트가 다르고 이미지가 섞인 명함 인식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수작업을 선택했고 사용자 반응은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중고거래대행 서비스 ‘셀잇’도 사람 손이 차별화 포인트다. 사용자는 앱을 실행하고 팔고 싶은 물건의 사진과 간단한 설명만 올리면 된다. 회사가 물건을 접수한 후 적절한 구매자를 찾아 직접 거래한다. 앱 등록에서 판매 후 입금을 받는 데까지 2주면 충분하다.

김대현 셀잇 대표는 “중고나라 등 기존 중고거래 서비스는 번거로움과 신뢰도 부족으로 실제 거래 연결은 제한적이었다”며 “사람 손으로 번거로움을 없애고 신뢰도를 높인 결과 서비스 재사용률이 40%에 이른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