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행되는 FATCA 대응, 증권업계 `발등에 떨어진 불`…형식적 대응으로 국가 망신 우려

해외금융계좌납세협력법(FATCA) 시행이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증권사 상당수가 FATCA 규제 변경에 따른 모니터링과 적용 시스템 구축 등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자칫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 시행되는 FATCA 대응 프로젝트를 착수한 증권사는 전체 42개 기업 중 KDB대우증권과 삼성증권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두 회사만 신규고객과 기존고객 모두를 대상으로 FATCA 적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40개 증권사 중 대형 증권사는 신규고객만 적용하는 1단계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중소형 증권사는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있다.

FATCA가 시행되면 국내 금융회사는 금융거래 이용자가 미국 납세자인지 파악해야 한다. 미국 납세자로 추정되면 금융거래자에게 증빙서류를 요청, 관련 서류를 받아야 한다.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비협조 금융거래자도 별도 관리하고 금융회사는 미국 납세자 판단 절차에 따른 각종 행위를 데이터로 보관해야 한다. 미국 납세자로 판정되면 계좌정보·잔액정보·소득정보 등을 미국 국세청에 통보하도록 규정돼 있다.

금융회사는 국내 지점과 해외법인 대상으로 △FATCA 규제 변경 모니터링과 적용 시스템 △나라별로 상이한 협정 조건에 따른 해외법인 대응 체계 △해외법인의 현지국 내 다른 법률과 상충 문제 해결 등 대응방안을 시행해야 한다.

현재 은행들은 대부분 국내 본사와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관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문제는 증권업계다. KDB대우·삼성증권을 제외한 상당수 증권사는 신규고객만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FATCA 대응 프로젝트를 자체 진행 중이다. 기존고객에 적용은 2단계로 향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2단계 프로젝트는 내년 실사를 받기 위해 늦어도 6~7월에 착수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증권사는 2단계 프로젝트 일정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한 증권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2단계 진행 일정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며 “대부분 증권사들이 2단계를 진행하지 못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소형 증권사는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신규고객은 당장 7월부터 적용해야 하는데 이조차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 중심으로 공동시스템 구축 논의가 이뤄지는데 증권사마다 취급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완벽한 공동시스템 구축은 어렵다”며 “결국 형식적 대응에 그치고 말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미숙한 FATCA 대응으로 미국 납세자 정보 신고가 누락되면 협정에 따라 미국 원천소득의 30%를 추징당할 수 있다. 미국 금융회사와 거래가 제한되는 등 국제적 망신을 겪게 된다.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FATCA는 국가 간 협정으로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형식적 대응이 아닌 완벽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자칫 잘못하면 금융 후진국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용어설명=해외금융계좌납세협력법(FATCA)

금융기관은 금융거래 이용자 대상으로 미국 납세의무자 여부를 파악, 해당자의 거래내역은 물론 계좌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국가간 협정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7월 1일부터 FATCA를 시행한다.